이재명 정부의 첫 경기 부양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과 지급이 21일 시작됐다. 정부는 신청 첫주에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 ‘5부제’를 시행했지만 홍보 부족 때문에 행정안전부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각 금융사 앱이 먹통이 되는 등 현장에서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유통업계도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내수 회복 기대가 커지자 저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5부제 몰라” 주민센터 북새통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1차 신청이 시작됐다. 오는 9월 12일까지 약 8주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신용·체크카드는 신청 다음 날 소비쿠폰이 지급되고, 선불카드 발급 땐 즉시 사용할 수 있다. 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이날 각 지역 주민센터는 온라인 신청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고령층 주민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사직동 주민센터에도 어르신 50여 명이 대기표를 뽑아 들고 순서를 기다렸다. 원래 출생연도 끝자리 1·6인 주민이 신청하는 날이지만 일부 주민센터에선 이를 모르고 방문한 어르신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정상적으로 소비쿠폰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동에 거주하는 신모씨(70·1955년생)는 “다행히 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를 발급해줬다”며 “주변에 5부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가 태반”이라고 전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지급 대상의 8.5%에 해당하는 415만 명이 신청을 마쳤으며 총 7545억원이 지급됐다. 과거 코로나19 국민지원금보다 빠른 속도로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행안부에서 운영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담 콜센터’에도 문의가 쏟아져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다. 오전 한때 다운된 행안부 홈페이지는 오후 2시께 정상화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출생연도와 주민번호 앞부분 끝자리를 헷갈려하는 등 신청 외 문의가 많다”며 “콜센터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사 앱에서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금융사 서버가 신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신한카드 모바일 앱인 ‘신한SOL페이’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개시 시점인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넘게 앱의 첫 화면이 열리지 않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서버를 미리 증설해 놓았음에도 순식간에 신청자가 몰려 일부 접속 지연 사례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도 오전 한때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대기자가 2만 명이 넘어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KB국민카드의 모바일 앱 ‘KB페이’ 역시 ‘접속자가 많아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가 올라오기도 했다.
◇소비 진작 기대 커지는 유통업계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내수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직접 수혜 대상인 편의점, 소상공인 등은 이미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들어갔다.
편의점 GS25는 한우, LA갈비 세트를 각각 4만9900원, 7만490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24는 소비쿠폰 지급을 맞아 봉지라면 전 품목 30% 할인에 들어갔다. 더본코리아와 도미노피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서점가 역시 들썩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이날 지역 서점들은 ‘민생쿠폰 사용 가능 매장입니다’라는 문구를 매장 입구와 SNS에 붙여두고 홍보에 나섰다. 아동책 전문 토마토서점의 이일화 대표는 “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이 서점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금액대가 높은 전집 위주로 학부모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 서점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성형외과와 뷰티숍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보톡스, 리프팅 등 미용시술에 소비쿠폰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 문자를 보냈다.
김영리/정의진/배태웅/구은서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