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거 문제 겪는 60대서 감소폭 가장 커
10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세대의 평균소비성향(가계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후와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60대가 가장 큰 소비 감소 폭을 보였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평균소비성향은 70.3%였다. 10년 전(73.6%) 대비 3.3%포인트(p) 감소했다. 3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세대의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지출 비중은 전 세대에서 줄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평균소비성향이 10년 전에 비해 6.9%포인트 줄었다. 2014년에는 69.3%였다가 지난해는 지난해 62.4%가 되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대한상의는 “60대가 주택 및 노후 자금 문제에 대비해 소비를 줄였다”고 해석했다.
신동한 산업연구원 인구감소·고령화대응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고령화, 소득 문제 등을 들 수 있지만 돈을 덜 쓰는 습관의 변화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소비성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10년 동안 지출 비중이 많이 증가한 항목은 보건(2.6%포인트), 오락·문화(2.4%포인트), 외식·숙박(0.7%포인트), 주거·수도(0.7%포인트) 순서였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여가·취미 지출 확대, 외식·여행 등 가치 소비의 보편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반면 식료품·음료(―2.3%포인트), 의류·신발(―1.6%포인트), 교육(―0.9%포인트)의 소비 비중은 많이 감소했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정 간편식의 보편화,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교육 산업 전방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연령대별 소비 품목 변화도 차이가 있었다. 30대 이하는 식비 지출 비중이 3.9%포인트 감소했지만, 외식·숙박(3.1%포인트)과 오락·문화(3.1%포인트) 비중은 급증했다. 여행이나 미식을 즐기는 젊은 층의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반대로 50대 이상에서는 보건 분야의 소비 비중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 50대는 2.8%포인트, 60대는 3.1%포인트, 70대 이상은 4.9%포인트씩 증가했다.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현재 한국의 소비부진은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니다”라며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 소득, 심리 등의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단기 부양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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