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주선자와 같아요"…재야의 고수 찾겠다는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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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RC 박태현 과장, 박민지 과장, 문주선 센터장, 안근주 과장, 배현영 매니저(가운데)가 21일 중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T

왼쪽부터 TRC 박태현 과장, 박민지 과장, 문주선 센터장, 안근주 과장, 배현영 매니저(가운데)가 21일 중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T

"저희는 주선자 역할이에요. 마치 소개팅처럼 후보자와 회사가 만날 수 있게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거죠"

박태현 KT 테크 리쿠르팅 센터 과장은 지난 2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조직에 대해 이 같이 소개했다. '테크 리쿠르팅 센터(TRC)'는 KT가 지난달 이동통신사 중 최초로 인공지능 변환(AX) 직무 분야 인재 채용만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SNS 친구'라 추천인 관계 적을 정도…비결은 진정성

TRC는 소개팅 신청을 받기만 하지 않고 직접 '소개팅 해볼래?'라며 먼저 물어보는 '적극적인 주선자'와 같다. 즉, 인공지능(AI) 분야 인재들을 직접 발굴해 스카우트 제의를 보내며 경력 입사를 돕는다. 지원자들의 입사 지원서를 받는 기존 채용 방식을 뒤집은 것이다. TRC는 채용요구부서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 직접 찾는 '테크소서' 3명과 '채용 담당자' 3명으로 구성됐다.

인재를 찾는다는 점에서 헤드헌터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KT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헤드헌터와 달리 TRC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다각도에서 전달할 수 있다. 채용 요구 부서에서 원하는 인재가 어떤지, 후보자가 필요한 요구를 KT가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 양측의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와 후보자를 매칭한다.

소개팅이 성공하려면 상대방의 이해가 정확해야 하는 것처럼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TRC는 후보자에게 회사의 장단점도 설명한다. 박태현 과장은 "저희가 주로 원하는 인재는 IT 회사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통신사 입사 제의를 드릴 때 처음에 당황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기존에 다녔던 회사 플랫폼이 다르다는 점이 단점일 수 있지만 그만큼 KT의 사업 성장성, 조직 문화, 복지 등 장점을 많이 설명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금융권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던 개발자가 TRC를 통해 KT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문주선 TRC 센터장은 "금융쪽은 보안이 굉장히 강화되다보니 개발 자유도가 적어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며 "증권사에서 20년 넘게 일하셨던 분은 2016년 당시 알파고 대전을 보고 '아 이런 시대가 오겠구나' 생각해서 독학으로 AI를 공부하신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일하셨다 보니 기존에 하셨던 업무만 계속하셨어도 됐지만 회사 구조상 새로운 걸 시도하기 어려워 AI 개발에 대한 갈증을 느껴오셨고 저희를 통해 KT에 지원하시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원자는 스카우트 과정에서 헤드헌터나 채용 담당자에게 물어보기 어려운 질문을 TRC의 테크소서에게 편히 질문할 수도 있다. 지원자들이 지원서에 추천인과의 관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라고 적을 정도다. 해당 메시지를 받은 박민지 TRC 과장은 "원래 아는 분이 아니었다"며 "그분이 저를 좀 편하게 생각하셔서 그렇게 쓰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태현 과장은 "입사하면 소속하게 될 팀원들의 출신이나 경력 등 면접장에서 묻기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도 미리 말해드리기도 한다"며 "빅테크 등 다른 회사에서 오셨던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으실 거라고 어필한다"고 설명했다.

설득이 필요한 지원자에게는 테크소서 자신의 KT 입사 과정을 전하기도 한다. 박민지 과장은 "종종 지원자분께서 '당신은 왜 KT에 왜 왔냐'라고 묻기도 한다"며 "그럴 땐 저도 이직을 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진솔하게 KT에 왜 왔는지를 설명해 드린다. 제 이야기를 오픈하니 지원자도 마음을 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 뒤 부터 시계 방향으로 KT TRC 박태현 과장, 안근주 과장, 박민지 과장, 문주선 센터장이 20일 중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T

왼쪽 뒤 부터 시계 방향으로 KT TRC 박태현 과장, 안근주 과장, 박민지 과장, 문주선 센터장이 20일 중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T

KT, 대기업 안정성, 스타트업 자율성 모두 챙겨

KT가 말뿐인 AI 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센터장은 "KT의 평균 근속기간이 20년이기도 하고 해서 안정적인 회사로 많이 인식하지만 반대로 연령대가 높거나, 처우 수준이 낮거나, 변화에 느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며 "사실이기도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사업을 하는 AX 딜리버리 전문 센터를 출범하는 등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IT 분야에 한해 새로운 직무 체계를 도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KT는 기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까지 5단계의 직급 체계를 전임, 선임, 책임 3단계로 줄였다. 승진 부담을 줄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문 센터장은 "직급 단계가 많았을 당시에는 승진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지 않다 보니 KT 측에서 인력을 오히려 뺏긴 경우가 있었다"며 "그래서 AI 핵심 인력만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조직 구조도 만들고, 직급 체계도 줄이고 인센티브도 새로 설계해 능력이 있으면 젊은 나이라도 억대 연봉을 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TCR은 AI 업계의 재야의 고수를 찾기 위해 소개, 추천 등 '입소문'을 활용한다. 안근주 TRC 과장은 "IT 직군은 '레퍼럴'이라고 해서 지인들의 소개나 추천받아 그분의 프로필을 저희 조직이 역으로 찾아서 연락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에는 사내 인재 추천 정책이 있다. 안 과장은 "추천해서 입사하게 되면 200만~500만원의 성과급 개념의 보수를 받게 된다"며 "추천인 수 제한도 없어 10명을 추천한 뒤 10명이 다 입사했다면 최대 5000만원을 받게 되는 등 추천인 제도가 잘 되어 있어 역량 있는 분들의 소개가 실속있게 이뤄지고 회사도 만족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야의 고수'를 설득하기 위해 KT는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문 센터장은 "우수하신 분들은 회사에서 케어를 잘 받는 경우가 많아 경력 채용 플랫폼에 자신을 업로드하지 않는 등 찾기가 어렵다"며 "그런 분들을 찾아서 설득하고 모셔 오기 위해 판교의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후드티와 슬리퍼 등 자유로운 복장부터 직함을 뺀 호칭까지 KT의 IT 직군은 판교의 기업문화를 광화문에서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출산·육아 휴가 등 대기업의 탄탄한 복지 또한 제공된다. KT 관계자는 "사내 어린이집 같은 경우도 직원과 아이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부모만을 위한 주차장을 함께 만드는 등 복지 제도를 다각도로 고려해서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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