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재 프랑스대사관 내 과학기술 외교를 담당하는 직원은 22명이다. 현지 엔지니어 등 이들을 지원하는 인력까지 합하면 3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핵에너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분야별로 팀을 이뤄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애틀랜타 등 미국 내 주요 거점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교전을 벌인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가 파견한 미국 내 과학기술 전담관은 4급 참사관 한 명뿐이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주미 일본대사관에서 기술 외교를 전담하는 직원은 15명가량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적대 관계인 중국조차 주미 대사관 등에 10여 명의 기술 전담관을 두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두 명이던 주미 대사관 내 기술외교 담당 공무원을 2023년 상반기 한 명으로 줄였다. 외교부가 자체 인력을 확대하면서 과기정통부 파견 인력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민감국 및 기타국(SCL) 리스트’에 한국을 포함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술 외교 인력 부재가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SCL 지정 사실을 외교부가 모르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과학기술 전문관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보내 정보 플랫폼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해성/강경주/배성수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