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상승세]
美 6월 비축유 43년새 가장 적어… 중동전쟁 장기화땐 유가 더 자극
골드만 등 “4분기 110달러 웃돌 것”
서울 평균 휘발유값 한달만에 반등…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무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진입하면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과 수출 운임 등이 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는 더 뛸 수 있다. 기업들이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겨우 1500원 밑으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도 오르기 쉽다. 국제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기존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 전략’을 검토했던 정부의 계획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주유소 휘발유값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 “유가 3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림 가능성”

미국 등 주요국들이 3∼6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축유 등을 활용하면서 기존 원유 재고량이 줄어든 점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발표 기준 전략비축유 재고는 3억4030만 배럴로 1983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JP모건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육상 원유 재고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짚으며 “중국을 제외하면 (재고 관리의)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원유 재고량 감소로 4월보다도 시장 환경이 안 좋다”며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가 이어지면 다시 배럴당 12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휘발유값 다시 상승 시작… 환율에도 상승 압력국제 유가 급등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 유가(두바이유)가 배럴당 105달러 이상으로 연말까지 이어지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기존 대비 1.6%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기존보다 0.5%포인트 높였다. 이는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85달러로 유지될 때를 가정한 것이다.
두바이유는 2일 배럴당 64.5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7일 종가 기준 75.19달러로 오르며 추가 상승할 조짐이다. 앞으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변동될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휘발유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값은 L당 1912.5원으로 전날보다 1.5원 올랐다. 서울 지역 휘발유값이 전날과 비교해 오른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2∼3주 뒤 국내 휘발유값에 반영된다. 국제 유가는 이달 초부터 오르고 있다.
원유를 구매할 때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는 만큼 국제 유가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0.1원 내린 1478.4원, 5거래일째 1500원을 밑돌고 있다.정부는 국제 유가가 재차 급등한 점을 고려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8차 최고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7차 최고가격 발표 때는 L당 150원 낮췄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앞으로 국제 유가 상승 폭이 더 커지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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