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바이비트, 코빗 인수 추진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허가 후
글로벌거래소 잇따라 M&A 나서
글로벌 가상자산 ‘공룡’들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2위 가상자산 거래시장인 한국에서 사업 확장 잠재력과 ‘규제 공백’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노린 행보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가상화폐인 거래소 바이낸스에 이어 2위 바이비트까지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OKX 등 다수의 해외 거래소가 국내 중소형 거래소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최근 코인원 인수를 타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은 리테일(개인) 투자 잠재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는다. 원화(KRW) 마켓은 한때 달러화를 넘어설 정도의 거래량을 보이며 세계 2위권 가상자산 시장으로 분류된다. 최근 다소 줄었지만 올해 초 국내 하루 거래대금은 4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리적으로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과 가까우면서 미국의 규제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이브리드 시장’으로서의 장점이 크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국내 시장 진출 러시가 나타난 것은 금융당국이 2년 반을 끌어온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임원변경 신고)를 승인한 것이 결정적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고팍스 임원 변경 승인은 시장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원화 시장 진출은 가능하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 라이선스를 받는 대신 이미 원화 계좌를 확보한 국내 거래소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지름길임을 확인시켜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원화 계좌를 가졌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코빗이나 코인원 등은 이들에게 가장 군침 도는 매물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룡들의 M&A ‘골드러시’를 부추긴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입법 공백’이다. 당장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이는 불공정 거래 금지 등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1단계 입법에 불과하다. 정작 가상자산의 발행(ICO), 상장(Listing), 거래소의 설립과 운영,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시장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2단계 입법은 일러야 올해 연말께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만약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 2단계 입법은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해지고 있다. 결국 ‘운동장의 룰’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을 가진 해외 사업자들이 M&A를 통해 시장에 무혈입성할 수 있는 ‘무주공산’이 열린 것이다.
금가분리·입법지연 지속…국내 금융사 발만 ‘동동’
글로벌 공룡들이 한국 시장을 무대로 ‘쩐의 전쟁’을 예고하는 동안 정작 국내 금융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 신세다. 전통 금융사들은 2017년 시작된 ‘금가 분리’ 원칙과 ‘겸업 허가’ 문제에 가로막혀 가상자산 시장 진출 자체가 원천 봉쇄돼 있다. 금가 분리는 금융과 가상자산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양쪽 시장에서 상대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한다.
미국 월가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고 자본시장의 토큰화(STO)를 주도하는 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삼성증권, SK증권 등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나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우리나라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사업 구조를 비교하면 이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익(51%), 스테이블코인(22%), 블록체인 리워드(14%), 대출·이자(6%), ETF·구독(8%) 등 사업 다각화를 실현하고 있다. 반면 국내 VASP은 거래 수익이 98%에 달한다. 금융위에서도 이 같은 차이를 두고 “한국 시장에서 다양성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자금 관리와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는 증권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라며 “증권사의 크립토시장 진출을 허용했다면 거래소의 자금 유용 문제나 해킹 등은 상당 부분 해결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괜히 막고 있다가 혁신의 기회와 사업 안정성을 모두 잃고 한국 시장만 내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직접 가상자산시장에 진출하거나 거래소를 인수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업계 관리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역차별’ 속에서 한 국내 증권사는 아예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금융사의 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동시에 국내 거래소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단계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룰도 심판도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토종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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