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윤성빈이 후반기 첫날이던 1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꾼 뒤 성공 경험을 쌓던 윤성빈이 다시 한번 김태형 롯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지 주목된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강속구 우완 윤성빈(26)이 후반기 첫날이던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10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친 롯데는 왼 무릎 힘줄을 다친 김상수를 포함한 6명을 이튿날 말소한 뒤, 햄스트링 부상을 떨쳐낸 윤동희를 비롯해 선발 알렉 감보아, 박세웅, 터커 데이비슨과 정보근, 윤성빈을 이날 콜업했다.
눈에 띄는 등록 선수는 단연 윤성빈이었다.
2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말소된 윤성빈은 보름 만에 다시 콜업됐다.
5월 말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꾼 그는 당시 전반기 막판 승부처에서 허릿심 대결을 각오했던 팀의 판단에 따라 말소됐다.
보직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터라 당시에는 접전이나 승부처에서 기용할 만한 기량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윤성빈은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에 오른 5월 20일 사직 LG전에 선발등판해 1이닝 9실점으로 처절한 실패를 맛본 뒤 “퓨처스(2군)리그에서 주자가 있을 때 불펜투수로 경험을 쌓아 보라”는 김태형 롯데 감독의 지시를 받고 보직을 변경했다.
김 감독은 시속 150㎞대 후반의 강속구에도 제구로 애를 먹던 윤성빈이 경기 초반이 아닌 중반에 등판해 짧은 이닝 구위를 집중시키면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불펜 수업을 받고 지난달 13일 복귀한 그는 6월 한 달간 4경기 구원등판해 1승무패, 평균자책점(ERA) 0.00(2.2이닝 무실점), 이닝당출루허용(WHIP) 0.75로 성공 경험을 쌓았다.
윤성빈은 이 기간 원 포인트 릴리프부터 최고 159㎞의 직구를 앞세워 한 이닝을 온전히 책임지는 역할을 맡으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는 “내 공을 짧은 이닝에 집중시키는 것도 좋았다”며 “투구 메커니즘을 잘 유지한 덕분에 한결 편안한 투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롯데 윤성빈은 후반기 선발과 필승조 사이의 다리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높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전반기 막판에는 팀의 전략적인 사정에 따라 말소됐지만, 1군에서 성공 경험을 맛본 윤성빈은 다시 퓨처스리그로 돌아가서도 4일 상동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3경기에서 ERA 0.00(4이닝 무실점), WHIP 0.25로 기량을 유지했다.
이 기간 4사구는 단 한 개도 없었던 반면, 탈삼진은 무려 8개에 달했다.
구위에서 비롯된 빼어난 탈삼진 능력은 김 감독의 후반기 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김 감독은 비로 취소된 18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윤성빈의 콜업 배경에 대해 알려 달라’는 질문에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중간에는 (김)강현이나 (김)상수가 등판하곤 했는데, 제구력과 경험이 있는 투수들이지만 구속이 나오지 않으니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윤)성빈이는 물론 볼넷을 줄 수도 있겠지만, 구위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이지 않은가.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반기 작은 성공을 맛본 윤성빈에게는 다시 한번 기량을 뽐낼 기회가 온 것이다.
마침 정철원, 최준용, 홍민기로 필승조를 재구축한 롯데에는 선발과 필승조 사이를 이을 불펜투수 중 빠른 공을 던지는 유형이 없다.
윤성빈이 김강현, 정현수와 함께 탄탄한 허리를 구축한다면 홍민기의 필승조 이동으로 선발과 필승조의 다리 역할을 맡을 이가 한 명 모자라진 롯데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성빈이가 등판할 만한 상황이 오면 한번 기용해 보며 (기량을) 다시 확인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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