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부실 선거 관리 문제가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회는 관련 논의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선관위를 대상으로 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는 여당의 요구에 더불어민주당이 응하지 않아 소관 상임위원회 회의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는 중앙선관위 관련 현안 질의를 하기 위해 회의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연일 미뤄지고 있다. 표면상으론 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장외 투쟁을 거듭하고 있어서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민주당은 선관위뿐 아니라 경찰, 소방 등 '알박기 인사' 문제도 함께 지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채용 비리 관련 현안 질의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된 건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11건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다. 국회에선 지난 6일 김대웅 중앙선관위 신임 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여야 의원들이 채용 문제와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다뤘다. 행안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노태악 선관위원장 불출석 문제를 비롯해 선관위의 채용 제도를 두고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윤건영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안이 선관위 채용 비리만 있는 게 아니다. 경찰과 소방의 알박기 인사도 비판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철규 의원의 자제분에 대한 늑장 수사 의혹도 제기됐다"며 경찰과 소방청도 함께 국회로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의원 아들은 최근 마약 수수 시도로 입건됐는데 범행 시점(작년 10월)으로부터 검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 고위직 출신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경찰청과 소방청에 대해서도 현안 질의를 하자는 제안에 "섞어찌개로 물타기를 하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조 의원은 하루 뒤인 7일 국회가 지정하는 특별감사관이 선관위 전반에 대해 감찰하는 내용의 '선관위 특별감사관법'을 당론 법안으로 발의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전투표 데이터, 투표용지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데 부정선거 의혹이 실마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논란을 종식한 다음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참에 전문가들 20여명을 붙여 선관위 서버가 해킹 가능성이 없는지 검증하고 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의원들한테는 업무 범위 내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 여야는 친인척 임용 신고, 특별감사관 임명 등 선관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한 상황이다. 이 역시 여야가 상임위에서 입법 과제로 토론해야 할 사안이다. 행안위 관계자는 "당장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 집회에 여야 모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어 탄핵 선고 심판 이후에나 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