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 칼럼 취업률 98% 日 vs '그냥 쉼' 50만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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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칼럼] 취업률 98% 日 vs '그냥 쉼' 50만 韓

4~5월 일본 도쿄 거리를 거닐다 보면 흔히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일명 ‘리크루트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입사원들이다. 남자는 하나같이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 양복과 넥타이, 여자는 재킷에 스커트 차림이다. 삼삼오오 이동하는 이들이 일본 취업시장의 활기찬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올해 일본 대졸자 취업률은 98.1%. 1997년 조사 이후 최고치다. 이에 비해 한국 고용지표는 비참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로 전년 동기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12개월 연속 하락세다. ‘그냥 쉬었음’ 청년만 41만5000명, 2월에는 50만 명을 웃돌았다. 10여 년째 이어진 60%대 저조한 일반대졸 취업률이 남긴 쓰디쓴 후과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2030년부터는 취업난이 다소 풀릴 거라지만 이 역시 희망 고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일 채용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는 몇 가지 결정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기업 사정이 너무 다르다. 일본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50조엔을 돌파했다. 4년 연속 사상 최대였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순이익은 2021년 156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년보다 81.6% 증가한 지난해에도 142조원에 그쳤다. 실적 전망도 안 좋으니 채용은 고사하고 허리띠 졸라매기 바쁘다.

신입 초봉 격차도 크다. 올해 일본 대졸 평균 초임(월)은 25만4228엔이다. 역대 최고인데도 이 정도다. ‘초임 30만엔’을 웃돈 기업이 131개사로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며 반가워한다. 한국 대기업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4669만원(한국경제인협회 조사)이다. 일본의 1.5배 수준이다. 한국 대학생의 스펙이 뛰어나다고 해도 생산성을 감안하면 분명 과하다.

채용, 해고 등 노동시장 경직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2025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 자유도는 56.4점으로 ‘부자유’ 등급이다. 전체 평가 대상 184개국 중 100위다. 노동 규제가 이 정도로 강하다. 일본은 67.8점(자유 등급)으로, 22위였다. 한 번 뽑으면 해고가 어렵고 임금은 계속 올려야 하는 구조에서 채용에 적극적일 리 만무하다.

이런데도 노동계는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는데 ‘임금 삭감 없는 법정 정년 연장’을 고집하고 있다. 2016년 이미 임금체계 조정 없이 60세로 정년을 늘리면서 청년 고용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했다.

일본은 달랐다.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제·개정하면서 1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65세까지 계속고용을 의무화했다. 노사가 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직무 및 임금을 조정했다. 그 결과 고용 연장 이후 임금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78.3%(다이와종합연구소 조사)에 달했다. 감소폭도 ‘20% 초과’가 65.6%를 차지했다. 대졸 취업률은 더 좋아졌다. 계속고용이 의무화된 2013년부터 6년 연속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한국노총과 ‘연내 65세 정년 연장 입법 추진’에 합의했다. 앞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제5단체장을 만나 한 “사전 충분한 사회적 대화”란 말은 결국 립서비스였다. 아무리 선거가 코앞이고 50대(870만 명) 유권자가 20대보다 280여만 명 많다고 해도 청년 일자리를 뺏는 방식의 정년 연장은 안 될 일이다.

청년의 미래를 외면하고 기성세대 안위만을 좇는 정책은 결국 우리 경제를 병들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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