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몰리는 전시관 중 하나가 3층 일본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일본 중요 문화재 7점을 비롯해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문화재 38점 등 총 62점이 나와 있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는 건 채색 도자기 등 화려하고 섬세한 유물들이다. 귀족 문화가 꽃핀 헤이안 시대(794~1192)부터 발달한 일본의 장식성은 시대가 흐르며 계속 화려해졌다. 여러 종류의 향을 맡고 구별하는 귀족들의 놀이에 쓰인 ‘벚꽃무늬 향 놀이 도구 상자’는 당시 귀족 문화가 얼마나 섬세하고 사치스러웠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다음으로는 절제미를 갖춘 유물들이 등장한다. 에도 시대(1603~1868)에 들어 나라에서 사치를 경계하라는 명을 내리자 예술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외관 속 정교한 예술성을 숨기는 방식으로 발달했다. ‘잔벚꽃무늬 고소데’는 멀리서 보면 아무 무늬가 없는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교하고 개성 있는 잔무늬를 알아볼 수 있는 옷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세 번째 키워드는 찰나의 감동을 뜻하는 일본 특유의 정서 ‘아와레’다. 자연이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면서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미의식을 아와레라 한다. 피었다가 금세 지는 벚꽃, 습기를 머금은 여름 밤공기, 어느덧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과 기울어진 그림자 등을 보고 터져 나오는 ‘아아’라는 감탄사에서 유래한 단어다.
전시장에는 11세기 초 문학작품 ‘겐지모노가타리’를 주제로 그린 회화, 일본 전통 연극 ‘노’에 사용된 가면 등 아와레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관한 작품이 나와 있다. 에도시대 화가 오가타 고린이 직접 무늬를 그린 ‘가을풀무늬 고소데’(사진)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