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에 "차라리 사자"
5월 서울아파트 매매 8691건
전세 계약보다 300여건 많아
작년엔 전세가 5천여건 우위
신규·저가 전세 자취 감추며
갈 곳 잃은 실거주 수요자들
외곽·소형 매수로 발길 옮겨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1285가구 규모 구로두산은 지난해 5월 한 달간 전세 계약이 17건, 매매 거래는 7건 이뤄졌다. 1년 뒤인 올해 5월에는 거래량이 뒤집혔다. 전세 계약은 5건으로 줄어든 반면 매매는 12건으로 늘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동아도 지난해 5월에는 전세 거래가 24건으로 매매 15건을 앞섰지만, 올해 5월에는 매매가 23건으로 전세 6건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줄고 보증금이 치솟으면서 실거주 수요가 전세에서 매매로 옮겨가고 있다. 월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6년 만에 전세 거래를 추월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691건으로 같은 달 전세 거래량 8324건을 367건 웃돌았다. 1년 전인 2025년 5월에는 매매 7577건, 전세 1만2576건으로 전세가 매매보다 4999건 많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전세 거래량을 넘어선 것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역전은 서울 외곽 중저가 단지가 이끌었다. 지난해 5월에는 전세보다 매매 거래가 많았던 지역이 구로구 한 곳뿐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구로·관악·성북·노원·도봉 등 16곳으로 늘었다. 강남·서초·송파 등은 여전히 전세 거래가 매매보다 많았다.
외곽·소형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린 배경에는 전세시장의 빠른 위축이 있다. 신규 전세 거래는 6316건에서 3720건으로 41.1% 급감했다. 같은 기간 갱신 계약은 5415건에서 4409건으로 18.6% 줄었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버티는 반면,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수요자 중 상당수가 매매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감소세는 보증금이 낮은 구간에서 더 두드러졌다. 보증금 5억원 미만 전세는 1년 새 5481건에서 3191건으로 41.8% 줄었다.
올해 들어 전세 공급도 가파르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만5000건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올해 상반기 1만5000여 건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물건도 1만9000여 건에서 1만4000여 건까지 줄었다. 6월 들어 전세 물건은 2만건대를 회복했지만, 반포 래미안트리니원과 디에이치방배 등 입주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물량 감소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35% 올랐다. 2013년 10월 셋째주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역전을 전세시장이 위축되면서 빚어진 비자발적 매수로 본다. 조건에 맞는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가 대출 부담이 덜한 외곽·중저가 아파트로 떠밀려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셋값 상승률이 가파르고 매매가격 상승은 더뎠던 도봉구, 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정책대출이 가능한 6억원 전후 아파트나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무주택 1인가구, 신혼부부 등 실수요 유입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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