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VC 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2024 한국의 CVC들'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과 비교해 2024년 대기업 CVC 투자금액은 5분의 1로 축소됐다. 사내부서형 CVC의 경우 10분의 1로 급감했다. 대기업들이 전략적 투자 성과에 한계를 느끼며 투자를 조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중견기업 CVC 투자는 증가했다. 2024년 중견기업의 CVC 투자 비중은 59%까지 확대됐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주요 중견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다수의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스타트업 정보 부족과 협업 파트너 발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CVC의 투자 행태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 기술 선점과 옵션 확보 성격이 강했던 초기(시드) 투자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후기(시리즈 B·C 이상) 투자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으로 투자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리포트는 분석했다.
산업별로 보면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가장 많은 투자가 진행됐다. 이어 게임, 모빌리티, 금융, 콘텐츠 순이었다. 특히 금융 분야는 최근 투자 감소가 두드러져 2024년에는 상위 10개 분야에서 제외됐다.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CVC 투자금액은 전체 스타트업 투자의 32%를 차지해 글로벌 평균(26%)과 미국(29%)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과 미국 시장에서 CVC 투자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투자 위축이 이어졌다. 실제로 2024년 3분기까지 글로벌 CVC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10%, 미국은 24% 증가한 반면, 국내는 9% 감소했다.
리포트는 국내 CVC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내부서 CVC에 대한 정책적 관심 및 지원 제고 △독립법인 CVC의 오픈이노베이션 연계 유도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투자 행위 제한이 아닌 관리 감독 및 공시 기능 강화 등을 들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 CVC의 행위 제한 규제 대상은 대부분 중견기업이라며 CVC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투자 행위를 세부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관리 감독과 공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글로벌 고금리가 닥치자 많은 대기업의 사내 투자 조직이 작동을 멈췄다. 전략적 투자자인 CVC 관련 정책도 결국 실수요자인 중견기업 중심으로 가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