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주거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늘어나는 월세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세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방의 경우 지역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줘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뜻도 담겼다.
서울 광진구는 긴급 임시 주거지원 사업인 ‘광진119주택’을 주거 안정이 필요한 청년, 청년신혼부부, 아동양육 가구 등으로 확대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3개월 무상으로 제공하는 ‘광진119주택’
2020년 처음 시작된 ‘광진119주택’은 화재·강제퇴거·가정폭력 등으로 갑작스럽게 거처를 잃은 구민들에게 최대 3개월간 무상으로 임시주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광진구는 올해부터 주거지원 대상을 청년, 청년신혼부부, 아동양육 가구 등으로 넓히고 지원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주택의 수량 증가를 넘어 질적 개선도 추진했다. 운영 중인 주택 수를 기존 4호에서 6호로 늘리고, 기존의 반지하나 노후 주택은 지상 신축 주택으로 교체했다.
광진구가 제공하는 주택의 전용면적은 약 39㎡(11평)에서 최대 62㎡(19평)이다. 1인 가구부터 다인 가구까지 다양한 유형의 가구가 거주할 수 있다. 냉장고, 세탁기, 하이라이트,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의 생활가전도 구비돼 있다. 임대료는 구가 전액 부담한다. 입주민은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 및 관리비만 내면 된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청년,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 위기를 겪는 구민들에게 실질적인 자립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임대료 1000원 … 인천시 ‘천원주택’
인천시는 무주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루 임대료 1000원(월 3만원)에 공급하는 ‘천원주택'을 선보였다. 천원주택은 무주택 신혼부부(혼인신고일 7년 이내),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신생아를 둔 가구가 1순위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가 2순위,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가 3순위다.
지난달에는 500가구 모집에 3679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1순위 자격을 갖춘 지원자만 1537명에 달했다. 인천시는 오는 6월 5일 천원주택 입주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6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천원주택 임대 기간은 최초 2년, 최장 6년까지 지원된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까지 1000명을 선발했다"며 "당첨자는 모두 1순위 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는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500가구를 더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총 6000가구를 공급한다.
서울 동작구청도 지난해 10월 ‘신혼부부 만원주택’ 7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했다. 지난해 4월 청년 만원주택을 모집한 후 두번째 만원주택이다. 19세 이상~39세 이하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7가구 모집에 100명이 넘는 청년이 몰렸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만원주택은 서울 한복판에서 주거비 부담이 큰 저소득 청년과 청년 신혼부부에게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만원주택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은 2023년부터 부영그룹과 함께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만원 임대주택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영주택이 운영하는 기존 임대아파트를 화순군이 빌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월 1만원이다. 만원주택을 도입한 뒤 출생아 수가 늘었고 인구 감소세는 약화했다고 화순군은 평가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나서서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청년들의 주거 상황이 점차 악화하고 있어서다.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에 따르면 31~35세(30대 초반)의 월세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신규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1.4%에 달하며 전세를 넘어섰다. 4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일자리 등으로 청년 수요가 높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월세 비중이 더 빠르게 증가해 지방의 월세 비중은 63.5%를 기록했다.
청년들의 월세 부담은 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다방여지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지역의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25개 자치구별 전·월세 수준을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67만원에 달했다. 반면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전국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청년 금융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의 평균 연 소득은 3092만원에 불과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