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9개월 된 영아가 뇌사 상태에 빠진 뒤 환자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졌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생후 9개월 된 장소민 양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작별했다.
장 양은 지난달 19일 고열 증세가 발현돼 1차 의료기관을 찾았으나 증상이 가라앉지 않았다. 전신 상태가 나빠지면서 복수의 병원을 전전한 끝에 세균성 뇌수막염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끝내 뇌사 소견을 받았다.
장 양의 간과 신장, 소장이 기증 절차를 거쳐 환자 3명에게 각각 공여됐다. 모친 박모 씨는 초기에는 신체 훼손 등을 우려해 기증을 거부했으나, 배우자의 간곡한 권유로 논의를 거듭한 끝에 동의 서류에 서명했다.
박 씨는 "세상 어딘가에 소민이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고 싶다"라는 남편과 가족의 의견에 동의하게 됐다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냥 가기보다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5kg의 저체중으로 출생한 장 양은 발달 속도가 다소 느려 생후 9개월 차에도 체중이 7kg 안팎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식단과 영양 관리에 공을 들이며 성장 과정을 지켜보던 중 비보를 접했다. 지난 4월 다녀온 벚꽃 나들이가 마지막 외출이 됐고, 5월 계획했던 여행은 실행되지 못했다.
박 씨는 "남편은 소민이와 비슷한 아기만 보아도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다"라며 "더 많이 안아줘야 했는데 뱃속에 있을 때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고 떠난 게 가슴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임종 직전 미안한 감정 탓에 다음 생에 다시 인연을 맺자는 말도 건네지 못했다는 박 씨는 "누구의 딸이든 상관없으니 다음 생에는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식을 받은 수혜자들을 향해서도 "더는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라는 뜻을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후 9개월, 세상에 머문 시간은 짧았어도 소민 양이 남긴 나눔의 흔적은 세 가족의 삶을 바꾸었다"라며 "이 숭고한 결단이 더 많은 분께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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