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리튬, 니켈 등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2차 전지 소재는 땅에서 나오는 광물이다. 그러나 최근 남극에서도 2차 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발견됐다. 우뭇가사리, 김과 같은 홍조류에 속하는 ‘커디에아 라코빗자에’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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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디에아 라코빗자에 (사진=극지연구소) |
극지연구소는 지난 13일 ‘차세대 2차 전지’로 여겨지는 리튬-황 전지 개발에 필요한 핵심 소재 후보 물질을 남극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남극 세종기지 인근 바다에서 채취한 홍조류 ‘커디에아 라코빗자에’를 기반으로, 상용화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튬-황 전지는 배터리 용량이 더 큰데다가 적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또 리튬이나 황 등 원재료 수급도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그러나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계속 반복할 때마다 황의 성질이 변하거나, 전극을 묶어주는 ‘바인더’가 팽창해 성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바인더는 전극 재료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리튬-황 전지에서는 황의 기능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윤의중 극지연구소 박사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의 이정태 교수 공동연구팀은 커디에아 라코빗자에가 바인더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커디에아 라코빗자에에서 분류한 다당체를 바인더로 사용하면 개미굴처럼 복잡한 3차원 구조가 만들어진다. 개미굴처럼 생긴 이 구조에는 구멍과 빈 공간들이 많은데, 이러한 공간이 있으면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피 팽창을 수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반적인 상용 바인더 대신 커디에아 라코빗자에 추출 다당체를 사용한 결과, 배터리의 용량 유지 성능이 100% 가량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미경 사진에서도 상용 바인더에서는 갈라짐 현상이 나타났지만, 다당체를 활용한 경우에는 갈라짐 없이 안정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극지연구소와 경희대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해 대량 배양 기술을 확보하고, 후보물질 추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사한 국내 해조류 발굴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Materials Today)에도 게재됐으며, 특허도 진행중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남극 생물은 신비로움 이상의 가치를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다”며 “남극을 보존하는 동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