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데는 횡재가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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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 뚜렷한 성공 비법은 없어… 그래도 계속 베팅해야 가능성 커져

‘석시현문(昔時賢文)’이라는 책이 있다. ‘고금현문(古今賢文)’이라고도 한다. 중국 명나라 말기 명언집으로, 이후 청나라 때까지 교육용 필독서로 유행했다. ‘명심보감’ ‘채근담’과 더불어 ‘3대 계몽 처세서’라고도 부른다. 최근 석시현문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다.

“사람은 횡재가 아니고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부자가 되는 데 횡재, 즉 운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공감이 갔다. 이게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10억 원 넘는 큰돈을 벌 수 있느냐고. 나는 이런 종류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떻게 하면 억 단위 돈을 벌 수 있는지 설명할 길이 없어서다. 나도 모른다.

투자로 큰돈을 버는 데는 횡재, 즉 운이 크게 작용하기에 그 방법을 설명하기 어렵다. [GettyImages]

투자로 큰돈을 버는 데는 횡재, 즉 운이 크게 작용하기에 그 방법을 설명하기 어렵다. [GettyImages]
텐베거 5번에도… 설명할 길 없다

나는 대학교수였다. 10년 넘게 교수로 일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분야에 대해 설명할 만큼은 알게 된다. 누군가 “교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런저런 조건이 필요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논문 실적이 있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교수로 임용되는지, 또 채용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 가능한지 등도 얘기해줄 수 있다.

뭔가를 안다는 건 그런 것이다. 도달하는 길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악산을 한두 번 오르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 설악산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고 알려줄 수 있다. 설악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굉장히 많고 내가 그 모든 길을 다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길 하나만 알아도 어쨌든 설악산에 오르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고, 상대방은 내 조언에 따라 정상에 설 수 있다.

내가 큰돈을 버는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그 길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나는 분명 그 길을 걸었다. 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그사이 성과도 있었다. 어쩌다 한 번의 성과도 아니다. 투자로 2배, 그러니까 100% 이상 수익을 올린 적이 굉장히 많다. 10배 이상 수익이 난 경우, 일명 ‘텐베거’도 5번은 된다. 수익률이 아니라 금액으로 계산했을 때 10억 이상 수익을 낸 경험도 몇 번이나 있다. 그 정도 경험을 했으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설명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10년 넘게 했다. 모르는 것도 가르쳐왔는데, 내가 몇 번이나 직접 경험한 일을 설명할 수 없을 리 있나. 이건 설악산을 수십 번 오른 사람에게 설악산 정상에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 모르겠는 걸 어떻게 하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러저러하면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진다는 정도다. 이렇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래서 “사람은 횡재가 아니고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석시현문 구절에 크게 공감했다. 큰돈을 버는 건 횡재, 재수, 운이다. 이러면 내가 왜 큰돈 버는 법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횡재할 ‘경우의 수’ 늘리는 수밖에

주사위를 던져 6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고 치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하면 주사위 6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럼 내가 뭐라고 답할 수 있겠나. “6번 던지면 1번 정도는 6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6이 많이 나오게 하는 비법 같은 건 없다. 주사위 던지기에 법칙이 있거나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그런 비법을 발견해 다른 사람에게 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사위 던지기는 기술이 아니다. 그냥 재수, 운일 뿐이다. 그러니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큰돈 벌기가 그래도 주사위 던지기와 조금 다른 점은 큰돈 벌기는 경마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마에서 10마리 말이 뛴다고 할 때 어떤 말이 1등으로 들어올 확률은 10분의 1이 아니다. 10마리 말은 실력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잘 달리는 말이 있고, 중간인 말이 있으며, 못 달리는 말이 있다. 그걸 가려내 잘 달리는 말에만 베팅하면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확실한 건 아니다. 잘 달리는 말이 몇 마리나 되고, 그중 어떤 말이 1등을 할지는 여전히 운이 더 중요한 미지의 영역이다. 다만 모든 말 가운데서 무작위로 고르는 것보다는 확률이 조금 높아질 뿐이다.

석시현문 구절처럼 부자가 되는 데 횡재가 중요하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횡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주사위를 여러 번 던지면 6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잘 달리는 말에 여러 번 베팅하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냥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해서는 횡재할 수가 없다. 계속 다른 일을 벌이고 시도해야 횡재할 가능성이 커진다. 월급을 받아 저축만 해선 횡재할 일이 없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에 많이 투자해야 횡재도 생긴다. 시간당 임금을 받는 일을 하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1년에 벌 수 있는 액수가 정해져 있다. 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라 수입이 증가하는 일을 해야 횡재할 일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복권을 사지 않으면 횡재할 일이 없고, 코인시장이 문제가 많다고 아예 접근하지 않으면 횡재할 수 없다. 확률이 굉장히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복권, 코인에 베팅해야 적은 가능성이나마 생긴다.

투자는 6면체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100면체 주사위, 1000면체 주사위 던지기다. 이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언제 어디서 횡재가 생길지 기약할 수도 없다.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고, 끝까지 안 올 수도 있다. 그저 “언젠가는 횡재를 만나겠지”라면서 계속 주사위를 던질 수밖에 없다. 부자가 되기 위한 확실한 방법 따위는 없다. 단지 던지다 보면 확률이 높아진다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낮은 확률에 기대어 뭔가를 시도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건 바보 같은 일 아닌가. 바보 같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중국 옌롄커의 유명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천 번을 말하고 만 번을 말해도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잘사는 거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사병들은 모두 간부로 신분 상승하길 원하고, 간부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중간층 간부로 신분 상승하길 원하지. 또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이 모두 도시인이 되길 원하네. 한 개인에게 이런 목표는 결코 큰 게 아니지. 하지만 때로는 이걸 실현하기 위해 일생의 정력을 바쳐야 할 수도 있어.”

큰돈 벌기, 일생 바쳐야 할 일
지금보다 잘사는 건 간단해 보여도 일생의 정력을 바쳐야 하는 일이다. 큰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건 그냥 더 잘사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잘사는 길이다. 일생의 정력을 바치는 것만 아니라, 바보 같은 짓도 해야 하는 일일 수 있다.

큰돈을 벌고 싶다는 사람이 운에 기대지 않고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길만 가서는 곤란하다. 그건 기술과 법칙의 길인데, 큰돈은 거기서 나오지 않는다. 큰돈은 횡재에서 나온다. 큰돈을 바라면 횡재 가능성이 있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이 일이 잘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일을 많이 벌여야 한다. 그러다 운 좋게 주사위가 맞으면 부자가 된다. 끝까지 운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결국 부자가 될 수 없지만,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그냥 계속 주사위를 던질 수밖에 없다. 헛짓이라고 해도 주사위를 던지지 않으면 횡재는 오지 않는다. 큰돈을 벌기 원하다면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것이 “사람은 횡재가 아니고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석시현문 구절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최성락 경영학 박사〈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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