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행정도구 아닌 지방정부 핵심 전략
산업 키우고 제조 바꾸고…지역 성장엔진 된 AI
시민이 체감하는 AI 경쟁 본격화
성패는 데이터·인재·실증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
지방정부의 AI 정책은 단순한 정보화나 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 행정혁신과 지역산업 육성, 주민 서비스 개선, 지역문제 해결 등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이 전국 16개 시·도지사 당선인의 AI 공약을 분석한 ‘KLID AI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민선 9기 지방정부는 AI를 독립적인 첨단기술 정책이 아니라 행정과 산업, 복지, 교육, 의료 등 지역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과거 정보시스템 구축과 디지털화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AI 활용과 확산, 그리고 주민 체감 성과를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발원은 선거공보와 언론보도, 정당 정책자료 등을 토대로 당선인들의 AI 공약을 분석한 결과 크게 네 가지 정책 흐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시민체감형 행정혁신’이다. 서울과 경기, 세종은 AI를 주민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행정서비스에 접목하는 데 무게를 뒀다. 서울은 신속통합기획과 AI 학습진단 등을 통해 도시행정과 교육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고, 경기도는 AI 통합민원 플랫폼과 AI 응급의료, 생활안전 서비스 확대를 공약했다. 세종은 디지털 기반 자족도시와 Gov-Tech 창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행정수도 기능과 민생경제를 함께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개발원은 “지방정부 AI 정책이 행정 내부 효율화에 머물지 않고 교육, 의료, 민원, 생활안전, 지역상권 등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는 산업혁신과 AI 클러스터 구축이다. 부산은 AI 기반 항만물류와 제조 AX 플랫폼을, 대구는 로봇과 미래모빌리티 중심 AI 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인천은 바이오·반도체·에너지 산업을 연계한 ‘ABC+E 전략’과 AI 스마트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광주·전남은 국가 AI 집적단지와 AI 데이터센터, AI 인재 양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전 역시 AI 융합 국가실증단지와 GPU 기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산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공통점은 기존 산업 기반과 연구·실증 인프라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점이다. 단순히 AI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력 산업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세 번째 흐름은 제조업 AI 전환(AX)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울산과 경남은 AI를 활용한 제조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의 AX 실증 기반과 중소기업 전환 지원을 추진하고, 경남은 ‘G-M.AX’ 전략 아래 AI 제조혁신밸리와 피지컬 AI, 제조 특화 AI 컴퓨팅센터 구축 등을 공약했다.
개발원은 이들 지역의 공약이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제조 현장의 공정 고도화와 실증 기반 구축, 전문인력 양성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조 AI가 향후 지방정부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지역특화산업과 AI의 융합이다. 강원은 바이오의료, 충북은 AI 딥테크 창업생태계, 충남은 농어업과 의료·돌봄 서비스, 전북은 농생명·식품바이오와 AI 데이터센터, 경북은 스마트농업, 제주는 재생에너지와 대체식품 산업 등 각 지역의 강점 산업과 AI를 결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획일적인 AI 정책이 아니라 지역별 산업 구조와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AI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방정부들이 AI 자체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보다 실제 정책과 서비스에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보다 주민이 얼마나 체감하고 지역 산업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가 향후 정책 성과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발원은 AI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실증환경, 전문인력 등 지역 단위 AI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산업 구조와 행정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 없이는 AI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석진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부원장은 “이번 리포트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AI를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려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초자료”라며 “앞으로도 AI 정책 동향과 우수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지방정부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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