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성과급 보고 여기 오겠나"…청년 없는 '산단' 현실 [소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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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공단에선 "청년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청년 사라진 자리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
지역서 청년 붙잡겠다며 만든 공간은 텅텅
수백억·수천억 예산 투입에 실효성 논란
지선서도 청년 해법 흐릿…청년은 후순위

사진=신현보 기자

사진=신현보 기자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보고 젊은 친구들이 여기 오려고 하겠어요?"

경기 서부권의 제조 산업을 이끄는 안산 반월·시화공단은 경기 침체에 구인난까지 감당하느라 지친 지 오래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업체 대표는 "한국 청년들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외국인 없이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안산시는 시·군·구 기준 외국인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지역이 됐습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각종 일자리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청년과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예산만 투입할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 청년 붙잡으려 만든 공간들

안산시는 인구 유출이 매년 쌓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 이탈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힙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조성된 곳 중 하나가 청년공간입니다.

고잔역 인근에 있는 청년공간 상상스테이션은 경기도 청년공간 '내일스퀘어'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습니다. 청년들의 취업·창업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정착을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매년 확대돼 현재 도내 45곳으로 늘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4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사진=신현보 기자

사진=신현보 기자

취업준비생이나 예비창업자에게 공간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카공족'이 되느니 이곳에서 마음 편히 작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운 날 에어컨도 빵빵했습니다. 수원 청년공간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여기라도 없었으면 임대료로 쓸데없는 돈만 낭비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공간에서는 지역 청년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해 면접 정장 대여 같은 구직 지원과 각종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각 시군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계속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그런데 청년이 안 보인다

다만 수백억 원의 혈세가 쓰였는데도 상당수 공간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무용론도 제기됩니다. 29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청년은 2명에 그쳤습니다. 직원 5명보다 적은 수입니다. 정작 청년은 보이지 않고 건물 밖 꽃밭에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풍경은 정책 현실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최근 대구에서도 청년지원센터가 청년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역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텅 빈 안산 청년공간 상상스테이션. /영상=신현보 기자

텅 빈 안산 청년공간 상상스테이션. /영상=신현보 기자

지자체 청년 대책은 그간 여러 이름으로 반복돼 왔습니다. 청년몰, 청년창업몰, 청년지원센터가 대표적입니다. 내달 10주년을 맞는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몰 사업도 10년간 약 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상당수가 존폐 위기를 겪는 등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인 문제는 이러한 청년 사업 대부분이 공간 제공에 머문다는 점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스터디카페와 무엇이 다르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청년 수요와 맞닿아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불과 10분 거리 인근 산단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는데 정작 청년들의 공간과 지역 일자리의 연결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안산시에 따르면 반월·시화공단에는 대기업 35곳, 중기업이 435곳에 달합니다. 이제는 일자리와 만남, 창업 기회처럼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주는 핵심 키워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고용 통계 보면 더 한숨

예산은 막대하게 투입되고 있지만 최근 청년 고용 통계를 보면 이런 사업들이 다소 한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전체 고용시장은 버텼지만 20대 취업자는 17만명 줄었습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전년보다 1.1%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6.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습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사실상 실업 상태로 볼 수 있는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연간 70만명에 달합니다.

최근 방송인 장동민도 한 방송에서 이런 현실을 언급해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는 "취업이 안 된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주변 사업가들도 전부 일손 부족을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지역 청년 일자리 문제는 교통 부족, 청년들의 높아진 눈높이, 임금 격차,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와 지역 기업 현실의 괴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제는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청년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와 생활 여건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에만 맡겨두기에는 지방소멸이라는 더 큰 불길이 이미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 공존협력연구센터 등이 한국지방자치학회에 2022년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의 지방 정주 의사에는 청년정책과 경제활동·일자리 여건뿐 아니라 보건·복지 여건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캄보디아 사태가 남긴 질문, 6·3 지선이 외면한 답

사진=신현보 기자

사진=신현보 기자

수도권인 안산도 이 정도인데,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고 합니다. 최근 캄보디아 범죄조직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가담한 하수인 상당수가 경주·광주·대구·상주·예천·음성 등 지방 청년들이었다는 점은 지방 붕괴의 또 다른 경고음처럼 들립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길 만한 정책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느 선거 때나 나오는 청년수당, 월세 지원 등 현금성·단기성 처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당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인 것은 맞지만, 청년이 지역에서 경력을 쌓고 오래 머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흐릿해 보입니다.

각종 첨단산업 유치 공약도 지역 대학과 직업교육기관 연계, 기업 채용, 주거·교통·문화 인프라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지역 청년들 사이에서 적지 않습니다.

청년정책 플랫폼 '열고닫기'의 청년데이터연구소가 정당명을 가리고 정책 내용만 제시해 일자리·창업 분야와 관련한 정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진보당의 '지역 공공 일자리 보장제'가 21.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선거가 다가와도 2030세대 절반가량은 지지 정당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대 정당들이 깊이 돌아봐야 할 대목입니다.

"삼전닉스 성과급 보고 여기 오겠나"…청년 없는 '산단' 현실 [소멸 리포트]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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