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큰손'으로 통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전력을 집중 매집하고 있다. 올 3분기 실적 대폭 개선을 예상한 영향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외인, 삼전 다음으로 많이 순매수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간 한국전력을 2122억5124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국내 종목이다.
이날 한국전력의 외국인지분율은 22.12%로 올들어 가장 높았다. 1년 전인 작년 10월18일 14.98%에 불과했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분율 20%이상을 넘겼다. 이 기간 한국전력 주가는 106.78% 올랐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한전 주가와 외국인 지분율의 상관관계는 0.83 수준으로 밀접하게 연동돼 왔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한동안 지분율을 내렸지만 올들어선 유달리 한국전력을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요금인상 없어도…"분기 최대 영업이익 예상"
문 연구원은 "올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전력 투자는 실적 기대 영향이 크다"고 했다.
증권가는 올 3분기 한국전력 실적 눈높이를 올려잡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올 3분기 매출이 27조244억원, 영업이익은 5조235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대비 매출은 3.5% 늘고, 영업이익은 47.9%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한전이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한전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 등을 연료로 쓴다. 장기 계약 LNG 가격은 통상 유가와 연동된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더 커지는 구조다.
유가는 올 들어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근월물)은 배럴당 56.99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 70달러선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상당폭 하락한 가격이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연료비가 16.5%, 구입전력비가 16.4% 감소하면서 올 3분기에 분기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하향 안정화된 에너지 가격이 연료비 감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선으로 하락하면서 주가 재평가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원가 환경이 됐다”며 “환율만 안정화된다면 유의미한 실적 개선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했다.
“추가 동력 관건은 요금인상·원전 사업”
증권가는 한국전력의 중장기 주가 관건으로 요금인상 여부와 해외 원전 사업을 꼽고 있다. 두 요소가 충족되면 한국전력이 단순 비용 감소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기존과 같은 수준인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2022년 3분기 이후 14개 분기 연속 동결 조치다.
시장은 정부가 물가 부담을 의식해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한전의 재무 정상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5조4450억원에 달한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496.7%이다.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만 연간 4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재정 상황 와중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전력망 투자 재원을 제때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전의 요금인상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요금 인상과 원전 사업이 합쳐지면 중장기 주가 우상향 추세에 대한 확정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사업 구체화도 한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원전 사업을 키우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해외 원전 수주를 통해 성장성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의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해외 원전을 통한 리레이팅(가치 재평가) 내러티브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