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5년.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대한민국을 바꾸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실을 녹록지 않았다. 메모리가 중심인 한국에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시스템 반도체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연구가 돌파구를 찾은 것은 2015년이다. ‘삼성 미래기술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그는 연구팀을 꾸렸고, 결국 AI서버의 병목을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는 이 기술로 2022년 망고부스트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최근 6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가 위주인 한국에서 개념도 생소하던 시스템 반도체 연구를 지원하려는 곳이 없었다”며 “삼성이 아니었으면 연구를 시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7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미래기술육성 사업 2025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삼성이 2014년부터 매년 이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 행사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연구진과 학계 리더 400여명이 참석했다.
○연구개발 1.5조원 지원
삼성이 수많은 사회공헌 사업을 하지만, 미래기술육성 사업은 철저히 ‘국가와 사회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라인드 심사’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 장기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한다. 사업성이 낮은 기초과학도, 당장 실현은 어렵지만 도전적인 기술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은 2013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해 총 1조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지난 12년간 지원한 연구 과제는 880개, 연구에 참여한 이공계 연구 인력은 교수 1200명을 포함해 1만6000명에 달한다. 매년 1000억원가량을 지원해 지금까지 1조1419억원을 투입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실험 장비와 재료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멘토링, 기술교류, 기술창업 등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65개 연구 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중 서울대 윤태영 교수가 창업한 ‘프로티나’는 지난 7월 코스닥에 상장해 시총 711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로티나는 2014년부터 5년간 삼성의 지원을 받아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내는 고속 항체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 연구진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관련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삼성 없었으면 시도도 못해”
이날 포럼에 참가한 연구진은 “삼성의 없었으면 이런 연구를 시도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공이 불투명한 연구를 비전만 보고 지원해준 곳은 삼성밖에 없었단 얘기다. 2024년부터 삼성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 중인 전명원 경희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전 교수는 2022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이미지가 현대 천문학의 대표적 이론인 ‘표준 우주론’과 불일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표준 우주론은 우주가 약 138억 년 전 대폭발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전 교수는 삼성의 지원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1000개를 연결해 초기 우주 모습을 재현했다. 이를 통해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초기 은하들이 지난 100여 년에 걸쳐 정립된 표준 우주론의 계산 결과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는 등 표준 우주론이 설명할 수 없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는 삼성과 학계 전문가가 공동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기초과학 분야 AI 활용’ 관련 14개의 특별 발표 세션과 50개 연구 과제 발표가 진행됐다.
10대 유망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스마트 열관리 솔루션 △대체 에너지 △AI 기반 배터리 △디지털 헬스케어 △AI 기반 바이오 치료제 △바이오 컴퓨팅 △차세대 컴퓨팅 아키텍처 △휴머노이드 로봇 △포스트 휴먼 신체·인지 증강 솔루션 등이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은 매년 약 1천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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