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기업 vs 접을 기업…회생의 운명은 '이 기준' [김동규의 회생과 파산 세계 속으로]

3 hours ago 1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서울회생법원, 대흥건설 개시결정”, “홈플러스, 채권자목록 제출 … 회생담보권 269억, 회생채권 2조 6691억”, “티몬 회생계획안 속도 … 대규모 채권자부터 순차적 논의’’, “발란,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추진”, “위니아 회생절차 폐지 … 재신청 검토”, “항공사 플라이강원, 회생절차 조기 종결 … 법원 ‘회생에 지장 없어’”

최근 기업 구조조정 관련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위의 기사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회생절차는 이제 기업 활동의 한 단면이 됐다. 오늘부터는 지난번 예고한 대로 회생과 파산에 대한 심화학습을 시작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회생절차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다.

회생절차를 단순화하면 ▲개시신청 ▲개시결정 ▲관계인집회 ▲인가결정 ▲종결결정 순으로 진행된다. 기업이 채무자인 경우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살펴보자.

1단계: 개시신청 후 개시결정 전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사업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는 변제기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 ▲지급불능 또는 채무초과 상태이거나 그러한 상태가 될 염려가 있는 경우다. 이들 신청요건에는 법적 평가가 뒤따르지만, 간단히 말해 기업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일 때 개시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법원은 개시신청을 받으면 즉시 두 가지 조치를 취한다. 첫째, 채무자에 대한 재산동결 조치인 보전처분을 내린다. 둘째, 채권자에 대한 권리행사 금지조치인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한다. 그리고 한 달 내에 개시결정 또는 기각결정을 내려야 한다.

때로는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채권자들과 협의할 수 있도록 개시 여부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를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자율구조조정지원)라 부른다.

2단계: 개시결정 후 관계인집회 전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결정과 동시에 관리인을 선임하면서 채권자목록 제출기간, 채권 신고기간, 채권 조사기간, 회생계획안 제출기간을 정한다.

원칙적으로 기존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데, 이를 DIP(Debtor In Possession·기존 경영진 보유) 원칙이라 한다. 관리인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채권자 측 인물을 CRO(Chief Restructuring Officer·구조조정 전문책임자)로 파견한다.

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후 이를 심리하고 결의하는 관계인집회 기일을 정한다. 한편 개시결정과 동시에 조사위원을 선임해 기업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 산정 등을 맡긴다. 조사위원 조사 결과, 기업이 사업을 계속하여 창출할 수 있는 가치(계속기업가치)가 기업을 청산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청산가치)보다 낮으면 회생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폐지한다. 채무자가 정해진 기간 내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해도 역시 회생절차를 폐지한다.

3단계: 관계인집회 이후

법원은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등 관계인들에게 회생계획안을 심리하고 결의하게 한다. 회생계획안이 가결요건을 갖추면 인가결정을 내린다. 이후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가 시작되고, 수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으면 종결결정을 내려 법원 감독 하에서 진행되던 회생절차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인가 후 회생절차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회생절차를 폐지한다.

이상이 회생절차의 큰 틀이다. 이 정도만 이해해도 기업들의 회생절차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절차를 더 알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한 영역부터는 전문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다음 칼럼에서는 파산절차의 구조에 대해 살펴보겠다. 파산절차의 틀은 회생절차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독자들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겠지만, 관심 있는 독자들이 많기를 기대한다.


살릴 기업 vs 접을 기업…회생의 운명은 '이 기준' [김동규의 회생과 파산 세계 속으로]

김동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I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공익법무관을 거쳐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2024년 세종에 합류하였다. 수원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 재직 시절, ARS 프로그램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을 처음으로 함께 적용한 사건을 처리하며 주목을 받았고,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굵직한 회생·파산 사건들을 다수 담당하는 한편, 회생사건실무(상, 하) 제6판을 공동집필하기도 하여 도산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회생·파산, 워크아웃 업무 및 관련 분쟁, 형사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