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정부가 대(對)미 통상협의 ‘속도조절론’을 일축했다. 정부는 조기대선 전까지 특정 결론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협상 데드라인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진 않기에 속도를 낼 부분은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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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지난달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수출 품목 담당관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2025년 3월 수출동향 점검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설명회에서 “협상 속도 측면에서 과속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기대선이 오는 6월 3일로 예정된 가운데,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협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다.
박 차관은 “2+2 협상에서도 그렇고, 무역대표부(USTR)과 면담에서도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미국 측도 한국의 특수한 정치 상황이 협상의 제약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에 기반을 둬 ‘7월 패키지’(July package)에 담아내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드라인(7월 8일)까지 70일 남았는데 매주 협상해도 몇번 하지 못한다”며 “다가오는 일정을 소화하기만 해도 결실을 보기에 상당히 도전적인 시간이지만,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관심사항을 명확히 하고 속도를 낼 부분은 속도를 낼 것이다. 일을 안 해서 다음 정부가 협상을 이어나가는 데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이번주 기술협의를 통해 작업반 구성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담당하는 작업반은 △관세·비(非)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정책(환율) 4대 의제에서 환율을 뺀 3대 의제를 중심으로 한 6~7개 분야로 구성될 전망이다. 환율은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가 별도 채널로 협의한다.
박 차관은 “작업반에 누가 수석대표로 들어갈 것인지 등 협의 틀이 정리돼야 한다”며 “그 협의를 이번주까지 할 것이고, 다음주 작업반별로 공식회의를 통해 의제가 구체화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다음달 15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방한을 계기로 의제 설정이 완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차관은 특히 협상에서 조선협력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조선협력이 미국 측 입장에서 중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선업을 재건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동맹국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이를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우선적인 협력 파트너로 지명돼 있는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선협력으로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것도 많다”며 “미국이 과거 조선산업 전성기처럼 부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양국간 협의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차관은 이번 협의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적 타당성을 확인해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아울러 박 차관은 “미국 측이 요구한다고 다 들어주는 게 아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만, 국내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시장진입 장벽으로 인식되는 규제를 이번 계기로 개선하면 미국과의 통상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한층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박 차관은 방위비 분담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