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들,"달러화, 구조적 하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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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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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들이 미국 달러화의 구조적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국채와 달러에 투자해온 외국인들의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지난 주 “달러 하락 추세가 구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즈는 주요 통화들과 비교해 달러 지수가 올들어 현재까지 8.3% 급락하며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초 109.65에 달했던 ICE 달러 인덱스는 28일 유럽 시장 기준으로 99.67까지 떨어졌다.
도이체방크의 통화 전략가들은 “향후 5년간 달러 가치가 유로당 1.30달러까지 떨어져 달러가 비싼 시대가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은행의 외환 연구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달러가 하락 사이클로 들어서는 전제 조건이 갖춰 졌다”고 말했다.

올들어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세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다수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과 의장을 공격한 것이 달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영향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1조 달러(1,444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영국의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이러한 조치를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통화 체제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라고 설명했다.

상호 관세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달러 강세를 주장했던 골드만삭스는 100년만에 최고 수준의 관세로 “미국 자산에 대한 예외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외환 부문 책임자인 카막샤 트리베디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 소비 심리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의 이익과 미국 가계의 실질 소득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달러에 대한 강세 전망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노출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달 초 미국채가 폭락할 때 중국 등 해외 투자가들이 미국채를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초 미국 주식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약 18조 달러(2경6,000조원)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또 채권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7조 달러(1경원)에 달했다.

그러나 3월 이후에만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630억달러(91조원) 가량 매도했다. 최근 매도세의 ”대부분”은 유럽 투자자들로 추정됐다.

달러가 하락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통화 노출 헤지에 나설 경우 달러화 가치가 더 절하될 수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헤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유럽 투자자들의 경우 헤지하지 않은 규모가 6.5조 달러에 달한다.그러나 최근 달러 약세로 ‘헤지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 발생한 만큼 미국 달러를 추가로 매도하는 수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은행의 외환 전략가 아테내시오스 뱀바키디스는 미국 달러가 연말까지 3.5%더 하락해 유로당 1.19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은행은 또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파운드당 1.5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16년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못보던 수준이다.

골드만 삭스는 달러 자산 하락에 대한 효과적인 헤지 수단으로 일본 엔화 매수와 호주 달러 공매도를 제안했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엔화 매수와 달러 매도 포지션이 일반적으로 수익을 냈다. 올해는 특히 연준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관세 전쟁 변수가 있는 만큼 엔매수-달러 매도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의 전략가들은 ”최근 몇 주 동안의 급격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추가 하락할 것이며 구조적으로 이 같은 배경의 주요 수혜자는 유럽 통화”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되는 전미고용 보고서에서 노동 시장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 최선의 헤지 수단은 엔화 매수 포지션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1달러당 143엔에서 강세를 보이는 엔화가 향후 12개월안에 1달러당 135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8년까지는 엔화가 1달러당 115엔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모든 분석가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달러의 최근 하락이 금리 차가 유리하게 움직이는 상황,즉 연준은 금리를 내리지 않고 ECB는 금리를 내린 상황에서도 이례적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불규칙한 정책 결정과 시장 혼란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으로 2022년 영국 채권 시장에 일시 발생한 혼란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 컨설팅 회사의 자본시장 전문가 시반 탄돈은 금리 차가 다시 확대됨에 따라 달러가 ”향후 몇 달간은 가치를 일부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돈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기 때문에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현재는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달러가 당분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자 준비 통화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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