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내란 혐의 피의자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전 장관에 이어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의 출국도 금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실제 행적이 계엄과 관련 없다는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이들 중 일부가 계엄에 동조했거나 묵인했다고 의심할 만한 장면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세 사람은 모두 윤 전 대통령한테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고 회의 뒤 양복 주머니에 계엄 선포문이 있는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총리는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안 봤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쪽지를 받지 않고 멀리 책상 위에 놓인 걸 보기만 했다고 했다. 이들의 진술 모두 상식적으로 의문이 드는 구석이 적지 않았지만 그동안 그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특히 세 사람의 이후 행보는 그 배경에 의구심을 낳았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때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로 혼란을 키웠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에도 대선 출마를 강행했다. 최 전 부총리가 야당의 탄핵을 이유로 돌연 부총리직을 사퇴한 것도 뒷말을 낳았고,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적 없다던 이 전 장관은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어떤 지시를 한 게 있는지, 계엄 문건 전달 과정의 진실은 무엇인지 철저히 밝혀야 하는 이유다. 이뿐 아니다.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를 대통령경호처가 삭제한 정황도 드러났다. 계엄의 진상을 규명할 새 증거들이 잇따르는 만큼 계엄 관련자들의 거짓말, 증거 인멸 시도가 있었는지 낱낱이 가려낼 필요가 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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