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대선 공약은 주 4.5일제"…노동시장판 퍼주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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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7 17:30 수정2025.05.27 17:30 지면A31

한국의 대표 경제 전문가로 구성된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선 공약은 주 4.5일제 도입이라고 한다. 근로의욕 및 생산성 저하를 조장하는 노동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측면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주 4.5일제 카드를 흔들고 있다. 김 후보는 요일별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월~목요일까지는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오전 4시간만 일하는 변형 주 4.5일제로, 유연근로제에 가깝다. 이 후보의 공약은 김 후보보다 기업에 훨씬 부담이 크다. 근로 시간은 줄이면서 임금은 그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어서다. 이 후보는 장기적으로 주 4일제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MZ세대조차 거부감을 보인다. MZ세대 노동자 단체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임금 삭감 전제 없이 주 4.5일제를 시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작정 가능하다고만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강력히 요구하는 주 4.5일제는 근로자를 현혹하는 사탕발림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기업은 결국 근로자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금 감소 없이 법정 근로시간을 주 35시간까지 줄인 나라가 프랑스다. 사회당 출신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2000년 법제화했다. 그러나 연간 200억유로(약 3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유발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타트업 등의 노동 시간을 대폭 연장하는 노동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 장시간 노동국임을 호소하지만, 우리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주 4일 또는 4.5일제를 하다가 5일제로 복귀한 해외 기업들은 직장 내 ‘무임승차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례를 전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복지에도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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