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 공급, 공공 주도로 전환…실효성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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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07 17:54 수정2025.09.07 17:54 지면A35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이 어제 발표됐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27만 가구씩 총 135만 가구를 공급(착공 기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보다 연평균 11만2000가구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물량보다 주목되는 것은 공급 방식의 변화다.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주택 공급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앞으로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해 6만 가구를 착공한다. 비주택 용지를 변경해 1만5000가구,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업 속도 제고로 4만6000가구 등 총 12만1000가구를 LH가 자체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노후 청사 재정비, 도심 국공유지·유휴지 활용, 공공 도심복합사업 등 공공 개발이 대폭 확대된다. 반면 서울 공급의 핵심인 민간 재건축·재개발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유지하고, 용적률 상향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민간을 뒷전으로 미루고 공공이 공급을 책임지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력을 낼지 의문이다.

LH의 공공택지 매각은 그동안 ‘땅장사’ 비판도 받았지만, 공공임대 공급·운영 적자를 충당하는 수단이었다.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면 적자 보전은커녕 개발비까지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LH의 올해 부채 규모는 약 170조원으로 비금융 공기업 중 최대 수준이다. 회사채 발행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정부 자금, 즉 국민 세금 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H가 모든 공공택지를 직접 개발할 역량을 갖췄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공공 도심복합사업이나 국공유지 개발 역시 주민 반발에 부딪히면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2020년 8·4 대책 당시 정부가 내놓은 서울 국공유지 3만3000가구 공급 계획 중 지금까지 실현된 것은 1200가구에 불과하다.

이번 대책에서 서울 지역 공급 방안은 공공청사·유휴지 개발 정도로 미미하다. 신규 택지가 사실상 없는 서울에서 이런 정도로 공급 절벽을 메우고 집값 안정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공공 개발 진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간의 역할을 복원하고, 규제 합리화와 추가 공급 대책을 병행하는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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