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추가경정예산 증액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미 2+2 관세 협상’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미 중인 최 부총리는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제 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내수든 수출이든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사업들을 좀 더 발굴해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빠른 협의와 추경 집행을 위해 증액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적자 늪에 빠진 국가 재정을 생각하면 무작정 박수칠 일은 아니지만,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쇼크에서 보듯 경제가 위기인 만큼 하루빨리 추경안을 매듭짓는 것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재해·재난 대응과 통상·인공지능(AI) 지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을 3대 핵심 분야로 하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계획을 지난 15일 공식화했다. 당초 10조원 규모를 검토하다가 정치권 요구를 반영해 2조원 넘게 늘렸다.
그럼에도 열흘이 넘도록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그사이 역성장 쇼크 발표가 나왔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위기 대응에는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며 초당적 심의를 호소했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쪼개진 국회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내수 회복을 위해 15조원 규모까지 추경을 확대하면서 지역화폐 예산으로 1조원가량을 편성해야 한다(허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은 지역화폐보다는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판받는 지역화폐가 아니라 다른 사업을 제안하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관세 전쟁 탓에 경제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빚을 갚지 못한 개인사업자가 1년 새 30% 가까이 급증할 정도로 내수 부진도 심각하다. 정치권은 선거 유불리를 따질 것이 아니라 위기 대응을 위해 당장 추경 처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