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전국의 사전투표소 곳곳에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출근 전 짬을 낸 직장인,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전투표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오긴 했지만 무엇보다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과 그에 따른 파면으로 치르는 조기 대선이라는 점에서 높은 투표율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6개월간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리더십 공백과 국론 분열을 넘어서서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해 달라는 열망이 투영돼 있을 것이다.
이런 사전투표율 상승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유 중 하나로 강변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유권자들이 내둘리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그 제도로 당선됐으면서 버젓이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하며 낡은 음모론을 부추겼다. 하지만 그런 몰상식한 시도가 자신의 한 표로 주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음을 높은 투표율이 그대로 나타낸다.
선관위는 유권자들의 이런 투표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도록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다. 서울의 한 투표소에선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들고 밖으로 나간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런 관리 부실이 또 있어선 안 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부정선거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일각에서 도사리는 음모론에 그 어떤 빌미도 주지 않도록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유권자들이 사전투표 첫날 보여준 열기가 사전투표 2일 차인 오늘, 본투표인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비록 조기 대선인 탓에 후보자를 검증하는 기간이 짧았지만 이번 선거는 그저 또 하나의 대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다시는 민주주의 퇴행으로 휘청이지 않을 주춧돌을 세우는 전기가 돼야 한다. 그 과정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참여할 때 승자와 패자 모두 주권자를 더욱 두려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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