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주말 이스라엘은 최대 적성국인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겨냥한 공습을 퍼부었다.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수백 기를 발사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주가는 폭락하고, 기름값과 금값은 올랐다.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한국 경제는 미국발 관세에 이어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향후 공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불허다.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국제유가가 다락같이 뛸 수 있다. 하루 세계 석유 소비량의 5분의 1가량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공습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파국으로 이끌 수도 있고 오히려 재촉할 수도 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역할을 분담했다며 “미국과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습이 핵 협상을 위험에 빠뜨렸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 반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습 당일(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안정화 국면을 지나던 우리 경제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며 “외부 충격 때문에 경제가 더 이상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장 코스피 3000포인트를 향해 나아가던 국내 증시의 ‘허니문 랠리’의 기세가 꺾인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외부 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실상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크든 작든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사건은 주로 밖에서 왔다. 지난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0년대 중반 금융위기는 경제를 뿌리째 흔들었다. 지금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마당에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 통제권에서 벗어난 국제 정세는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다. 교민 안전과 함께 외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