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비산먼지, 도시 미세먼지 숨은 주범
도로 재비산먼지는 차량 통행이나 바람 등의 영향으로 도로 표면의 먼지가 다시 대기 중으로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도심지에서는 이러한 재비산먼지가 인근 주민의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저감정책을 추진 중이다.
○ 미화원 건강 사각지대
도로 청소 주체인 환경미화원의 작업 환경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물을 뿌리거나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일시적으로 확산되는 미세입자, 디젤 청소차의 배기가스 등은 작업자에게 직접적인 건강 위협이 된다.201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차 운전원이 노출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균 100.7㎍/㎥로, ‘매우 나쁨’ 수준의 기준치(76㎍/㎥)를 크게 초과한다. 장기적으로는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 문제가 유발될 수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 정부, 제도 손질 착수… 배기구 위치 바꾸고 전동화까지
정부는 지난해부터 생활폐기물 수거용 청소차의 후방 수평형 배기관을 전방 수직형으로 바꾸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청소차 바로 뒤에서 작업하는 환경미화원이 배기가스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내연기관 청소차의 단계적 퇴출과 전기 청소차의 확대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 청소차는 배출가스가 전무하며, 소음과 진동도 디젤 차량에 비해 현저히 적다. 작업자의 호흡기 건강과 심리적 피로도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 청소차, 보조금으로 확산 가속화
환경부는 도로 재비산먼지 저감 사업의 일환으로 전기 및 수소 청소차에 대한 국고 보조금을 운영 중이다. 전기 청소차는 대당 2억 원, 수소 청소차는 대당 9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국고와 지방비로 지원된다. 분진흡입차, 진공노면청소차, 고압살수차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 같은 보조금 정책은 친환경 차량 도입을 유도함은 물론, 환경미화원의 건강과 직업 안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 산업계도 전기 청소차 개발 박차
산업계에서도 전기 청소차 시장 확대에 발맞춘 움직임이 활발하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지난해 공개한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을 기반으로, 특장차 업체 에이엠특장 및 신정개발특장차와 협력해 전기 청소차를 개발 중이다.
해당 차량은 올여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동화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되는 이 청소차는 대기오염 저감뿐 아니라 환경미화원의 건강권 보호 및 근무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이를 통해 확대되는 공공부문 친환경 차량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 지속가능한 청소차 전동화, 유연한 정책과 예산이 관건청소차 전동화는 단순한 환경정책 차원을 넘어, 도시 청결을 책임지는 인력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작업 안전 정책’이기도 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 규모와 실제 운영 수요에 맞춘 유연한 정책 집행이 필수적이다.
또한 단발성 보조금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 도시의 거리를 깨끗이 유지하는 이들이 오염된 환경에서 일하다 병들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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