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능’ 잼버리委, ‘안일’ 여가부, ‘잿밥’ 전북도… ‘늑장’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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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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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펄밭’ 야영장 등 열악한 환경 탓에 참가자 전원이 조기 퇴소했던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총체적 관재(官災)였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해 8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는 156개국에서 4만2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 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폭염 속에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고 시설과 인력 부족으로 대회 운영은 파행을 거듭했다.

실질적인 잼버리 준비와 운영을 맡은 조직위원회는 무능 그 자체였다. 여성가족부 퇴직 공무원인 사무총장과 국제 행사 경험이 없는 직원들로 꾸려진 조직위는 숙영, 급수, 전력, 통신 등 필수 시설을 부실하게 설치했고 개최 과정에서도 주먹구구식 운영을 이어갔다. 청소와 방제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지 않아 비위생적인 환경을 방치했고, 사전 점검에서 각국 대표들이 여러 우려를 제기했지만 “문제없다”며 무책임한 대처로 일관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조직위를 지도·감독해야 할 여가부는 6차례 현장 점검에서 3차례는 야영지 내부를 둘러보지도 않았다. 더욱이 여가부는 대회 전까지 화장실, 샤워실 등 필수 시설이 완공되지 않은 걸 인지하고도 준비가 끝난 것처럼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브리핑까지 했다.

잼버리 파행은 애초에 부적합한 장소가 선정된 데 기인한다. 전북도는 기존 매립지를 두고 새로 매립이 필요한 갯벌을 후보지로 확정했다. 스카우트한국연맹 측에는 “새만금개발청이 9518억 원을 투자할 관광 용지”, “10만 그루 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매립 공사에만 1800억 원이 넘게 들었고, 배수가 불량한 진흙탕 야영장이 설치됐다.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려다 참가자 안전을 경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잼버리 사태는 뒷수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참가국이 항의하는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그 원인이 정부 부처, 지자체, 조직위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대충 준비했던 탓이라니 황당할 뿐이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감사원은 2023년 실지 감사를 끝내고도 1년 4개월이 지나 대통령 탄핵 정국에야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그사이 자리를 떠난 책임자들은 징계를 피했다. 지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서둘렀던 것과도 사뭇 다르다. 이런 식으로 ‘잼버리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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