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낡은 학교 건물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3조2000억 원 규모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식으로 수천억 원을 낭비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안전에 이상이 없거나 폐교 가능성이 있는 건물까지 새로 짓느라 2023년까지 3년간 낭비한 예산만 최소 3012억 원이라는 것이다. 불필요한 공사를 벌인 이유가 ‘주어진 예산 소진을 위해서’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그린스마트 사업은 안전 등급이 낮거나 석면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오는 학교 건물이 대상이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개축을 결정한 87개 동 가운데 이런 기준에 따라 개축이 필요한 건물은 한 곳도 없었다. 전교생이 50명 내외여서 폐교될 가능성이 있는 학교들도 사업 대상에 선정됐고, 리모델링한 지 5년이 안 된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경우도 있었다. 교육부가 올해까지 5년간 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이 지방교육교부금 13조 원을 포함해 총 18조5000억 원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쓸데없는 공사에 혈세가 줄줄 새고 있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이번 감사원 정기감사 결과는 교육교부금이 얼마나 허투루 쓰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972년 초중고교 교육용으로 도입된 교육교부금제는 내국세에 연동돼 있어 학생 수가 줄어도 교부금은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다. 올해 초중고교생은 511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00만 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교부금은 72조3000억 원으로 거의 2배로 불어났다. 최근 2년간 9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 결손에도 학생 1인당 교부금은 1140만 원으로 ‘나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교육기자재를 바꾸고 학생들에게 공짜 노트북과 현금을 나눠주는 등 교육청 씀씀이가 갈수록 헤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불합리한 교부금 산정 방식을 교육 수요에 맞춰 조정하거나, 교부금을 고등교육 재원과 저출산 대응에도 나눠 쓰자는 제안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예산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 하면서도 돈 가뭄에 허덕이는 다른 분야에 쓰자는 제안엔 번번이 반대하고 있다. 학령인구 변화와 재정 수요에 맞지 않고 흥청망청 혈세 낭비만 부추기는 교부금 제도를 언제까지 두고만 볼 텐가.-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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