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상법 개정 강행… ‘韓 기업가치’ 걸고 벌이는 정치적 도박

8 hours ago 1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이 보호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가 해소될 거라고 한다. 하지만 개정된 부분은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이 우려돼 어떤 선진국도 채택하지 않는 ‘갈라파고스 조항’이다. 개미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될 거란 기대와 달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훼손해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피해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경제계가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모든 주주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이사회가 내린 모든 결정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성공적 M&A로 평가되는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도 당시엔 무리한 도전이란 의견이 많았다. 상법이 바뀌면 이사진이 소송에 걸릴 각오를 해야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지분을 일부 확보한 뒤 미래를 위한 투자 대신 과도한 배당을 기업에 요구하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나 투기 자본엔 꽃길이 열린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걸어 이사회 결정을 일일이 문제 삼을 경우 기업은 이를 방어하는 데 많은 역량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소송에 휘말릴 경우 본업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경제단체들이 국회에 찾아가 호소하고,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례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일까지 있었다. 2600여 개 상장 기업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M&A, 회사 분할 때 소액주주 피해를 막자는 대안도 나와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기어이 상법 개정을 여당을 배제한 채 밀어붙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법 개정이 불발돼도 ‘개미 투자자를 챙기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눈앞의 이득에만 눈이 먼 야권의 ‘정치적 도박’에 우리 기업들의 미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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