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위기→지원’ 쳇바퀴 도는 건설업이 韓경제에 주는 교훈

10 hours ago 3

침체 때마다 땜질식 금융지원-정책개입만
한계기업 떠받치며 산업 역동성 떨어뜨려
건전기업 자생 성장해야 韓경제 미래 있어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한국 경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한계기업의 속출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 위축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거론되면서 정부는 또다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개입이 장기적으로 산업의 건강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이는 단순히 건설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짚어볼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 동향’에서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건설업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7.3% 감소했는데, 전달(―7.4%)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KDI는 건설 투자와 건설업 고용의 지속적인 부진이 경제 전반의 선행지표 개선세도 둔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건설업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건설업의 부진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또 그때마다 정부는 지원책을 반복적으로 내놓았다.

예를 들어, 건설 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는 금융비용 증가와 분양시장 위축으로 인해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PF 사업이 부실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정부는 줄도산을 막기 위해 금융 지원과 정책적 개입을 반복해 왔다. 위기가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이라면 공공기관을 동원한 미분양 물량 매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매번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그칠 뿐, 근본적인 산업 구조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건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반복적인 지원은 오히려 기업들의 혁신과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산업 전반에서 한계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미루면서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의 개입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생산성 정체와 직결되는 문제다.

한계기업의 지속적인 존속은 금융시장의 자원 배분에도 왜곡을 초래하며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자원이 혁신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재배분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사업 구조를 개선해 건설 PF와 같은 금융상품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 또 금융기관들의 PF 대출 기준을 더 정교하게 설정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정부 지원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 해결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도시재생,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건설업을 고도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산업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이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적용해야 할 원칙이다.

또한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계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 절차를 효율화하고, 재정적으로 건전한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반복되는 건설 PF 문제와 한계기업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정부는 단기적인 처방을 줄이고 산업의 자생적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한계기업을 떠받치는 정책으로 산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건설업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오랜 작동 기제인 선분양 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근본적으로 모색하면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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