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그제 기자들과 만나 “국방 문민화는 선진국이 다 하고 있다”며 이런 뜻을 밝혔다. 다만 차관과 그 이하의 경우 작전을 맡는 군령은 현역 군인으로, 그 이외 군정은 군인과 민간을 섞는 등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제헌 헌법 이후 문민 통제를 위해 군인은 전역 후가 아니면 국무위원을 맡을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현역이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하려면 전역해야 한다. 역대 50명의 국방부 장관 중 민간 출신은 5명에 그치고, 3공화국 이후엔 한 명도 없다.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 구상은 이런 폐쇄성을 완화해 군 개혁을 추진하려는 차원이라고 민주당 측은 설명한다.
물론 민간 출신이라고 국방부 장관을 맡지 못할 이유는 없다. 관건은 전문성과 신속한 위기대응 능력이다. 군 출신을 제외하고 안보 전문가의 저변이 그리 넓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국방부 장관은 군령과 군정 모두를 지휘하는 정점에 있다. 안보 정책 식견을 갖춘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의 부지불식간 도발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국방부 장관의 판단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현장 지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미국도 군 출신이 국방부 장관을 맡으려면 ‘전역 7년 뒤’ 조건이 붙고, 그 미만일 땐 의회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문민통제 정신을 살리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29명의 국방부 장관 중 병사 출신과 군 복무 경력이 아예 없는 사람이 9명에 불과한 점에 비춰 군 경험을 역시 존중하고 있다. 순수 민간 출신이라도 싱크탱크 등 두터운 인재풀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군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니다. 군 출신이든, 민간 출신이든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최고의 전문성과 투철한 안보관을 갖춘 인물을 기용해 국가 안위에 한치의 빈틈도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