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미국에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한경 보도(5월 28일자 A1, 12면)다. 협력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 공급을 요청하자 테네시 공장(LG)과 인디애나 공장(삼성)의 삼원계 배터리 라인 일부를 전환한다고 한다. 두 회사 모두 현재 LFP 배터리 라인이 없으며 LG는 올해 말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해 르노에 납품할 예정이다.
K배터리 기업들이 LFP 라인 투자를 본격화하는 것은 중국 업체에 내준 세계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간 한국 기업은 니켈·코발트·망간 등 비싼 광물을 이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했다. 주행거리가 길고 차의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중국 업체는 가격이 싼 인산과 철을 이용해 저렴하면서도 수명이 긴 LFP 배터리에 치중했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고 저온에선 가동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채택을 꺼려왔다.
하지만 비야디와 CATL이 자국 정부의 지원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LFP 배터리의 성능을 대폭 높이면서 세계시장이 LFP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올 들어 비야디는 5분 충전으로 400㎞, CATL은 5분 충전으로 520㎞ 주행이 가능한 플랫폼과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연이어 발표했다.
중국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 채택을 대폭 늘렸다. 이로 인해 2020년만 하더라도 LG·삼성·SK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34.7%)이 CATL·비야디 점유율(30.7%)을 앞섰지만, 올 1분기엔 55.0% 대 18.7%로 완전히 역전됐다. 국내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투자자금까지 말라가는 배경이다.
K배터리 기업들로선 중국산 배터리 수입을 금지한 트럼프 시대가 천재일우의 기회다. 일본 파나소닉과 경쟁하겠지만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대폭 높일 기회가 온 것이다. 미국에서의 LFP 배터리 경험을 살려 미국 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을 넘어서야 한다. 정부도 필요하면 자금조달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K배터리 업체의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