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다음달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는 데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NATO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수치를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NATO는 2014년 GDP의 2% 목표치에 합의했으나 22개 회원국만 이를 충족한 상태다.
NATO가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켜보며 자체 안보 강화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8000억유로(약 1244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고,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개별 국가도 속속 국방비 증액 계획을 내놓고 있다. NATO 회원국 내에선 무기 수입 64%를 차지하는 미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동유럽 진출에 성공한 K방산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이르다. EU는 최대 1500억유로(약 233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구매 대출 지원을 승인했으나 유럽의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에 방점이 찍혀 있다.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의 기업들도 참여 자격이 있고, 여기에 한국이 포함되지만 재정 기여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다만 방산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등이 생산 라인을 다시 까는 데 수년이 걸리는 만큼 가성비, 빠른 납품 등 강점이 있는 K방산이 파고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물론 방산 강국들이 본격 경쟁을 펼칠 유럽에서 이런 강점만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출 심의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방산 기술력 제고를 막는 최저가 입찰 방식도 개선하는 등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방산을 국가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더불어민주당은 방산물자 수출 때 국회 동의를 받는 법안부터 폐기해야 한다. K방산은 하드웨어는 강한 반면 전투 체계 소트프웨어는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이 부분도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별도로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