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고 거친 항아리… 서울에 뜬 ‘검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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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라이곤, 달항아리 알게 된 후 3년간 여러 광물 섞어 검은색 발현 “위아래 다른 모양도 제겐 아름다워” 5일까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 지난달 31일 만난 글렌 라이곤 작가.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9년 10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걸린 미술품을 공개했다.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등 미국의 대표 작가 사이에서 눈길을 끈 ‘최연소 작가’(당시 만 49세)의 작품이 있었다. ‘Black 2 Like Me No.’(1992년)다. 이 작품의 작가인 글렌 라이곤(66)은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검은 달항아리’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개인전 ‘블랙 문(Black Moons)’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캐비닛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그는 달항아리의 ‘불완전함’에 끌렸다고 말했다.“35년 지기인 한국계 예술가 바이런 킴의 작업실에서 처음 한국 도자기를 봤어요. 그리고 6년 전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고 ‘항아리’(작가는 이 단어를 한국어로 말했다)를 떠올렸습니다.” 미국 예술가 글렌 라이곤의 개인전 ‘블랙 문(Black Moons)’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캐비닛에, 검은 달항아리 작품 ‘Untitled (detail)’가 전시돼 있다. 2019년 일본의 한 갤러리 개인전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우저 앤드 워스 갤러리 제공 ⓒ글렌 라이곤 출발은 달항아리였지만, 라이곤은 자기 작업의 핵심인 ‘검은색’을 넣기로 했다. 재일교포 도예가와 함께한 제작 과정에선 3년간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백자를 만드는 백토가 아닌 검은 흙을 사용했고, 깊은 색을 내기 위해 여러 광물을 섞었다. 그 결과 탄생한 라이곤의 ‘검은 달항아리’는 매끈하지 않다. 장독대에서 볼 법한 투박한 표면은 파격적이다.“동료 도예가는 ‘나라면 절반은 버렸을 것’이라고 하더군요(웃음). 기포가 부풀어 터지고, 위아래가 다르거나, 약간 주저앉은 모양이 좋았어요. 도예가에겐 ‘실수’지만 저에겐 아름답죠.”미술계에선 라이곤이라고 하면 ‘텍스트 회화’를 먼저 떠올린다. 워싱턴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된 1988년 작품 ‘무제(I Am a Man)’가 그 시작이다. 1968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흑인 환경미화원들이 인종차별에 반발하며 파업했을 때 사용한 피켓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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