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경고…"빅테크 256조짜리 사기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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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 “AI데이터센터 감가상각 축소”
알파벳·MS 내용연수 3→6년 연장
이코노미스트 “시총 1100조 증발 우려”
엔비디아 GPU 개발 주기는 2→1년으로
오픈AI "주기 짧아지면 자금조달 어려워"
"AI 학습 아닌 추론 등 사용 가능" 주장도

'빅쇼트' 마이클버리의 경고 "빅테크들 256조짜리 사기극 중"

"자산의 내용연수(회계적 사용 기간)를 연장하고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해서 수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회계부정 수법 중 하나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사진)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엔비디아 팰런티어 등 테크기업들을 공매도하고 있는 그는 "이것이 모든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해온 일"이라고 주장했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의 내용연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수익률을 속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소평가된 AI데이터센터 감가상각 비용이 AI버블을 꺼트릴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총 1100조원 날아갈수도"

이날 버리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5개사가 최근 5년 간 발표한 네트워크·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를 공개하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MS는 2020년 3년이었던 내용연수를 올해 6년으로, 메타는 3년에서 5년반으로 늘렸다. 버리는 이를 근거로 "이들은 2026~2028년 사이 감가상각비를 1760억달러(약 256조원) 과소계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은 알파벳 메타 아마존 3개 기업의 네트워크·컴퓨팅 장비 내용연수를 3년으로 줄일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5~10%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수치를 위 5개 기업에 적용해 3년 안에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연간 세전 총이익이 260억달러(약 38조원), 시가총액은 7800억달러(약 1100조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버리가 공개한 5개 빅테크들의 연도별 네트워크 컴퓨팅 장비 내구연한. 버리 X 캡처

마이클 버리가 공개한 5개 빅테크들의 연도별 네트워크 컴퓨팅 장비 내구연한. 버리 X 캡처

이러한 주장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AI칩의 개발 주기가 최근 더욱 빨라졌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그간 18~24개월이었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 내년 루빈, 2027년 루빈 울트라, 2028년 파인만 등으로 최신 GPU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연산 속도는 블랙웰(10페타플롭스)에서 블랙웰 울트라(15페타플롭스)로 넘어갈 때 1.5배, 루빈(50페타플롭스)으로 업그레이드 될 때 3.3배 개선된다.

"구세대 GPU 충분히 활용"

이러한 감가상각은 AI 열풍을 꺼트릴 도화선으로도 꼽힌다. 기술 투자자인 리차드 자크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코어위브와 같은 네오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 전용 임대기업)들은 6년의 감가상각을 따르지만 1~2년이었다면 손실은 훨씬 컸을 것"이라며 "이는 전체 생태계에서 우려되는 또 다른 압박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코어위브가 판매하지 못한 컴퓨팅 용량을 최대 63억달러 규모 매입하는 '백스톱(안전조항)' 계약을 체결했다. 코어위브의 손실이 현재 AI 투자의 정점에 있는 엔비디아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 역시 이러한 우려를 공유한 적 있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일 한 행사에서 "우리는 항상 최첨단 칩을 원하다"라면서도 "지금은 컴퓨팅 자원이 한정돼 6~7년 된 (엔비디아) A100 수준(의 AI칩)을 쓰지만 타임라인이 짧다면 자금 조달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다만 빅테크들이 주장하는 5~6년의 내용연수가 유효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GPU를 AI 학습에만 사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제품 주기가 1~2년으로 매우 짧을 수 있지만, 구글 아마존 MS 등은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과학 시뮬레이션, 비디오 트랜스코딩(파일 형식 변환) 등 다방면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학습'에 쓰던 GPU를 이를 활용하는 '추론'에 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크는 이를 "게임용 노트북을 가족 중 한 명에게 물려줘서 이메일같은 문서작업을 하도록 하는 방식과 같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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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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