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초강대국 vs 금의 제국'…'쩐의 전쟁' 시작됐다 [강민승의 트레이드나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가상자산(암호화폐) 단속을 강화하면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디지털 자산과 전통 자산의 '맞대결'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장 진흥책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BTC) 시세는 박스권에 갇힌 채 상승세가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8만6800달러 선을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회복을 이어갈 수 있지만 8만2000달러 지지선을 하회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오후 15시 44분 기준 현재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24% 오른 1억2445만원(바이낸스 USDT 마켓 기준 8만41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며 0.84%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금리 인하 '두 차례' 유지…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

글로벌 증시·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직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관세 폭탄' 불확실성 우려에 상승폭을 반납하며 혼조세로 전환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점도표상 연내 두 차례의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 데에 시장은 안도했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몰고 올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의 일부는 관세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별다른 조치 없이도 사라질 것이라 예상되는 일시적(transitory) 현상이라면, 때론 그저 지켜보는 게 적절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파월은 이날 '불확실성'을 16차례나 언급하며 통화정책 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2일 상호 관세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상호 관세는 눈에는 눈, 관세엔 관세라는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4월 2일은 미국이 해방되는 날"이라고 표현하며 "역대 멍청했던 대통령들이 내줬던 부를 이제야 돌려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무역적자를 안겨준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8일 21시 30분(현지시간 8시 30분) 발표되는 미국의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 주목하고 있다. 근원 PCE는 Fed가 주목하는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로 향후 금리인하 속도와 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이날 15시 기준 Fed가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5.7%로 전망하고 있다. 첫 금리 인하 시점으로는 6월이 유력하며, 단행 가능성은 67.3%에 달한다.

'전략 자산' 비트코인 vs 치솟는 금… 美·中 '쩐의 전쟁' 승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금융 패권을 강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가상자산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을 사 모으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값이 3000달러를 돌파하고 신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여파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과 금의 '쩐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자산 컨퍼런스 연설에서 "미국을 확고한 '비트코인 초강대국'이자 글로벌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의 지배력을 더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정상회담에서 달러화의 지배적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통상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지탱하기 위한 담보로 미국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수요 증가는 미국채 수요로 연결되고, 이는 재정적자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하면서 미국채에 대한 수요가 일부 증가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반면 '미국채 최대 보유국'이었던 중국은 미국채를 꾸준히 매도하고 금을 대거 축적하며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 신용평가사 동방금성의 왕칭 수석 거시분석가는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 증가는 주권 화폐의 신용을 강화하고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기준 2279톤으로 2000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자, 미국은 그 대응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Fed가 (연내) 금리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 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은 낮아졌다"면서 "트럼프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금값은 더욱 상승했다"라고 진단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금을 축적하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라며 "미국은 대안으로 달러화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금값이 오를수록 미국의 속내는 복잡해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부 상충되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대형 국립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강행해 무역 적자를 해소할 의지를 밝혔는데, 금의 강세는 (대체 관계에 있는) 달러화의 약세로 이어져 환율상 미국의 무역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을 부양하고자 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는 금값 상승세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 정계에선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을 일부 매각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 가상자산 성향의 신시아 루미스 미 상원의원은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은 1974년 시세를 기준으로 장부에 기록돼 있다. 이를 현 시세로 재평가하고 매각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 8133톤은 1973년 이후 장부상 가치가 온스당 42.22달러로 고정돼 있다. 이를 현 시세로 환산하면 전체 가치가 장부상 가치보다 70배 급상승한 7800억달러가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평가한 금을 사용해 미국의 재정적자 해소에 사용하자는 '미국 금 재평가론'도 부상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1972년 닉슨 쇼크 이후 불환지폐 체제로 전환해 달러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금을 반드시 보유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축통화로써 달러화의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금을 상당분 보유할 필요성은 있다.

"비트코인, 방향성 잃고 '출렁이는 장세'…8만2000달러 지지선 시험하나"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8만68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회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8만2000달러를 하회하면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온체인 분석가들은 온체인과 선물시장에서 모두 유동성이 위축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트코인은 주요 저항선에 근접하면서 단기 회복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유시 진달 코인챕터 연구원은 "최근 트레이더들은 비트코인이 반등할 때 매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8만6800달러 부근에 저항을 마주하고 있고, 9만달러는 심리적·기술적 저항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추가 하락에 대한 지지선은 8만3500달러, 8만2000달러로 추정되며 이를 하회하면 7만7000달러까지 낙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케시 우파드히예 코인텔레그래프 연구원도 "비트코인은 7만7000달러까지 하락한 뒤 반등을 시도했지만 8만7500달러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한 채 매도 압력에 부딪혔다"면서 "현재 비트코인은 좁은 박스권에서 거래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8만7500달러 저항선을 돌파하면 상승세는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 상승 추세선이 무너질 경우 8만달러, 7만6606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이 저점은 통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창업자는 "미 Fed가 4월부터 양적긴축(QT) 속도를 늦출 예정인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은 7만7000달러가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Fed는 3월 FOMC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늦추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시장은 이를 비둘기적(통화정책 완화선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당분간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크리스토퍼 루이스 에프엑스프로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최근 뚜렷한 방향 없이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현 시점은 어느 쪽이든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한 탐색 국면으로, 이런 환경에선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비트코인은 7만5000달러~9만 달러 사이에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라며 "현 가격대는 박스권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장의 혼조 양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당분간은 뚜렷한 추세 없이 출렁이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