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작년 11%가 넘는 기금운용수익률을 거두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자산은 ‘해외’ 자산이다. 해외 주식, 해외 기업금융, 해외 인프라가 대표적이다. 해외 자산 비중도 60%가 넘어 운용자산의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현지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비공개 정보 획득이 성과에 핵심인데, 그동안 교직원공제회는 해외사무소가 없었다. 이에 따라 공제회는 내년 7월 미국 뉴욕에 해외사무소를 열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해외주식·기업금융·인프라 수익률 ‘20~30%’ 달성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작년 한 해 기금운용 수익률 11.1%를 달성했다. 세전 당기순이익은 1조518억원, 세후 당기순이익으로는 7216억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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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공제회 2024년 기금운용자산 보유규모 및 수익률 (자료=교직원공제회) |
각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인프라 16.1% △주식 15.5% △금융대체(기업금융) 14.2% △부동산 5.4% △채권 5.2% 순이다.
국내 자산을 보면 대체로 수익률이 한자릿수에 그치거나 마이너스가 발생했다. 각 국내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 인프라 9.1% △국내 부동산 7.2% △국내 금융대체(기업금융) 6.4% △국내 채권 5.9% △국내 주식 -5%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자산에서는 국내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 발생했다. 특히 △해외 주식 30.9% △해외 금융대체(기업금융) 19.9% △해외 인프라 18.7%에서 두자릿수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이 3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은 작년 한 해 강세장을 보인 북미 지역 주식 및 정보기술(IT) 업종에 선제적으로 비중을 확대한 영향이다.
해외 기업금융(작년 수익률 19.9%)의 경우 바이아웃 및 세컨더리 사모펀드(PE)의 운용 호조와 사모대출 펀드의 안정적 수익 창출로 19.9% 수익률을 냈다.
해외 인프라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 증가, 디지털화 등에 힘입어 투자자산이 우수한 운용 성과를 보였다. 특히 배당을 많이 주는 인프라에 투자한 효과를 얻은데다, 매각차익도 있어 해외 인프라에서 18.7% 수익률을 달성했다.
해외 부동산, 해외 채권 수익률은 각각 4.3%, 4.0%로 집계됐다.
교직원공제회 전체 자산에서 해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당시 해외투자 규모는 11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42%였다. 작년 말에는 해외투자 규모가 약 36조원으로, 전체 자산(59조2220억원)의 절반 이상(약 61%)을 차지한다.
교직원공제회는 이처럼 해외 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기업금융, 부동산, 인프라)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올해 ‘기금운용자산 보유 목표’를 작년 수치에서 다소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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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교직원공제회) |
올해 인프라 투자 비중(17.8%)은 전년도 목표보다 0.3%포인트(p) 높였고, 기업금융 비중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26.2%)했다.
특히 ‘인프라’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이 기대되는 자산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국내 인프라 투자 기회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서 해외 인프라 자산에서 투자 기회를 찾으려 한다.
특히 탈탄소화·인공지능(AI) 혁명·디지털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에너지 발전, 송배전망, 통신타워 등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우량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투자 관건 ‘비공개 정보’…뉴욕사무소 세운다
부동산 투자 부문의 경우 글로벌 환경 및 수요 변화, 현금흐름 발생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서 투자 섹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특히 선진국 위주의 데이터센터, 물류, 생명공학(라이프사이언스) 등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뉴 이코노미’ 섹터에 추가적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거시경제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큰 주식은 비중 목표치를 전년도 대비 소폭 축소(17.4→17.1%)했다.
다만 해외 대체투자는 공개 유통시장이 없고, 비공개 정보 획득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 대체투자 관련 비공개 정보를 얻으려면 현지와 물리적 교류를 확대해야 하는데, 해외사무소를 만들면 현지와의 접점이 늘어나 효과를 얻게 된다.
이에 따라 교직원공제회는 내년 7월 미국 뉴욕사무소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올해 3~6월 뉴욕사무소 개소를 위한 컨설팅을 진행한 다음 올해 7~12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에 보낼 인원은 6~7명으로 예상한다. 운용인력과 지원인력 1~2명 합친 수치다. 다만 누구를 보낼지는 컨설팅을 진행한 다음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고 해외투자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열었다. 국민연금의 해외사무소 개소는 이번이 4번째로 △2011년 미국 뉴욕 △2012년 영국 런던 △2015년 싱가포르에 이어 9년 만이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유망 대체투자 건 확보를 위해 작년 4월 인도 뭄바이 사무소를 공식 설립했다. 뭄바이 사무소가 있는 반드라 쿨라 콤플렉스(BKC) 지구는 금융 중심지로, 인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발전된 지역 중 하나다.
뭄바이 사무소는 KIC의 신흥국 첫 해외 거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KIC는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갑윤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교직원공제회 운용자산의 60%가 해외 투자인데, 정작 해외 심사하는 직원들 일정을 보면 4박 6일 동안 새우잠을 자야 하는 등 심사 업무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공제회가 내실 있는 투자처를 발굴하려면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해외사무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KIC 등 다른 기관은 벌써 해외사무소를 4~5개 갖고 있다”며 “교직원공제회도 해외 사무소 설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으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가 되면 뉴욕 중심지에 세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