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기업의 생존 조건 된 非시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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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기업의 생존 조건 된 非시장 전략

지난달 방한한 세계 최고 부호이자 자선가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자로 죽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재확인한 장면은 기업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묻는다. 기업은 시장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 존재하며, 지속 가능성은 그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 한때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치부되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실 비시장 경영전략의 핵심 축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비즈니스의 공통 언어가 된 지금 CSR은 신뢰를 쌓는 체계이고, 비시장 전략은 그 신뢰를 영향력으로 환전해 지속 가능성과 경쟁우위를 다지는 메커니즘이다. CSR이 신뢰의 통화라면 비시장 전략은 그 환전소인 셈이다.

기업 신뢰자본 쌓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CSR은 새로운 이해관계자를 기업 생태계로 편입하고 이를 확장한다. 회사의 비즈니스와 연결된 CSR은 산업별 정체성 내러티브를 형성해 사회적 신뢰를 축적하고 회사의 정체성·정당성을 강화한다.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축적은 규제·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 비용을 낮춘다. 축적된 신뢰가 정책 테이블의 아젠다로 환전되며 공동 규범 설계·표준화·공공투자 등 구체적 정책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CSR→신뢰→비시장 전략경영→정책 사업성과→재투자의 선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J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CJ는 ‘나눔의 연결’을 기조로 문화, 청년, 지역사회를 축으로 한 다양한 CSR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 프로그램인 CJ도너스캠프는 회사의 전문성을 살려 임직원이 적극 참여해 교육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플랫폼이다. 이런 활동은 단순히 청소년을 돕는 차원을 넘어 네 가지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먼저 이해관계자 창출이다. 도너스캠프를 통해 청소년, 학교, 지역사회, 지방정부가 CJ의 CSR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형성된다. 두 번째로 기업 정체성 강화다. CJ는 문화·엔터테인먼트라는 본업과 CSR을 연결해 ‘문화로 나누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셋째는 지속 가능성 확보다. 기업 생태계를 튼튼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다지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마지막은 비시장 전략 경영과의 연계다.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CJ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문화·교육 정책 논의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CSR이 신뢰를 쌓고 이를 기업의 정책적 자산으로 전환한 사례다.

CSV(공유 가치 창출)를 강조해온 SK하이닉스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환경규제에 직결돼 있다. 회사는 폐기물 저감,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공정 확대를 CSR 전략의 핵심에 두고 지자체와 협력한 생태계 복원과 탄소 저감 기술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환경단체·정부와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고 ‘친환경 반도체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내재화해 비용 절감과 글로벌 공급망 신뢰를 확보했다. CSR로 확보한 신뢰와 정당성이 비시장 전략 경영의 협상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전담 기구 두고 핵심 성과지표 수치화해야

두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CSR은 기업의 전략 자산이다. CSR은 이해관계자를 창출하고,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CSR은 비시장 전략의 일환으로 정책적 발언권과 협상력으로 환전된다.

비시장 전략 경영 관점에서 CSR 운영 원칙은 이렇다. ESG위원회나 최고전략책임자 아래 CSR-비시장 전략 통합기구를 둬 의사결정을 단일화한다. 또 재무적·사회적·환경적 중요성을 함께 고려해 이슈 지도와 이해관계자 매트릭스를 함께 설계한다. CSR은 코어 비즈니스와 정합성을 높여 전략 방향에 맞춘다. 신뢰 축적과 영향력 전환을 핵심 성과지표로 수치화한다. 예컨대 정책 협의체 참여도, 규제 리드타임 단축, 공급망 감사 통과율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협의체·지역 연합·공공과 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표준화를 주도한다.

기업 활동의 최종 목적은 지속 가능성이다. 그러기에 ESG 시대에 비시장 전략의 토대인 CSR과 비시장 전략 및 시장 전략과의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동시에 규제와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시점에서 지속적 경쟁우위를 설계하는 실용적인 전략이다. 이제 기업은 시대의 요구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CSR 전략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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