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몰리는 ‘밈주식’
전통적 가치평가 적용 어려워
파생거래비중 커지며 변동성↑
“남들 성공 무작정 따르면 안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스페이스X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밈(Meme) 주식’화 됐다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칼럼에 소개돼 주목된다.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이날 ‘왜 스페이스X와 삼성, SK하이닉스는 밈 주식이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렌은 과거 코로나 시기에 주식시장을 흔들었던 ‘밈 주식’ 열풍은 더 이상 게임스톱이나 AMC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소규모 기업이 아닌, ‘조 단위 대형 기업’이 됐다고 짚었다.
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스페이스X가 이런 밈 주식 대열에 합류한 이유로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렌은 우선 스페이스X에 대해 “현재 주가는 일론 머스크가 파는 ‘환상적인 꿈’의 가격”이라며 “이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수익비율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팬들은 과거 테슬라 초기 투자자들처럼 보상받을 것이라 믿으며 ‘머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가치 평가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황 주기가 2~3년으로 매우 짧아 미세한 심리 변화만으로도 주가가 극단적으로 널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23년 초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26배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1년 반 만에 8배로 추락하기도 했다.
렌은 기업의 적정 가치 평가라는 기준점이 사라진 자리를 기계적인 파생상품 거래가 장악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최근 시장의 동력에 대해 ‘감마 스퀴즈(Gamma Squeeze)’를 지목했다.
감마 스퀴즈는 옵션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을 대거 매수하면, 옵션을 판 증권사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실물 주식을 강제로 매수하며 주가가 다시 폭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지난 16일 거래가 시작된 스페이스X 관련 옵션 시장에서는 첫날에만 100만 계약에 달하는 콜옵션 폭탄이 투하됐다. 유동 주식 비율이 91.8%에 달하는 아마존과 달리, 스페이스X는 유동 주식 비율이 단 7.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작은 옵션 거래로도 주가가 크게 뛰어오르며 아마존의 시가 총액을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조 단위 밈 주식’ 광풍이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렌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유행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리스크로 지목했다.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해당 ETF는 매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리밸런싱)을 해야 하는 탓에 국내 증권사들의 헷징 매매가 대거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 전체 주식 거래량의 약 60~70%가 이러한 파생상품 관련 헷징 물량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코스피의 변동성이 치솟으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시장의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고위험 거래에 휘말려 강제 마진콜(반대매매)을 당하는 사례도 심심치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렌은 이번 주식 광풍이 과거 2021년 게임스톱 사태와 다른 결정적 차이를 ‘금융사들의 동조’로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스페이스X의 매출이 2040년 3조4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초현실적인 전망을 내놓고, 반도체 애널리스트들도 AI붐에 따른 ‘슈퍼 사이클’을 거론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착시 효과를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렌은 “남들의 성공을 무작정 쫓아가다가 막차를 타서 독박을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월가가 밀어붙이는 거대한 유동성 기차 앞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려 들지도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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