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가보니
서현동 시범우성아파트 앞
삼성·현대·대우 축하현수막
시범현대 186㎡은 하루만에
호가 24억에서 28억원으로
양지한양 전날만 2건 계약
'선도지구 선정 및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응원합니다!'
28일 오전에 찾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우성아파트 입구.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의 축하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렸다.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자 시공사부터 '조합원 눈도장 찍기'에 발 빠르게 나선 모양새다.
반면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오는 시범1구역(시범삼성한신·한양) 아파트들은 적막한 분위기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단지가 조용하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문의도 없다"고 서둘러 말을 마쳤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성남시 분당(1만948가구), 고양시 일산(8912가구), 안양시 평촌(5460가구), 부천시 중동(5957가구), 군포시 산본(4620가구)을 지정했다. 이 중 사업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되며 기대를 모은 분당은 선도지구가 선정된 단지와 그렇지 못한 단지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분당에서는 샛별마을(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 양지마을(금호·청구·금호한양·한양·금호청구·한양), 시범단지(우성·현대) 및 장안타운건영3차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이들 단지는 전날 선도지구 발표 직후 호가가 4억원씩 오르고, 소형 평수가 매매되는 등 전반적으로 들뜬 분위기다. 분당 서현동의 시범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86㎡는 전날 호가가 24억원에서 28억원으로 4억원이 올랐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 B씨는 "원래 28억원을 원했지만, 24억원으로 호가가 내려갔던 상황"이라며 "선도지구가 지정되니 다시 원했던 금액으로 올린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범우성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C씨는 "시범단지가 최근에 최고가 17억원을 찍었다. 우성아파트도 16억원인데 이제 2억~3억원이 뛰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아파트에서는 전날 하루에만 전용 48㎡ 2건이 바로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는 약 7억9000만원이다. 또 다른 전용 48㎡ 매물도 전날 호가가 2000만원 올랐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 D씨는 "상담하러 온 손님이 계약하려던 물건 금액이 너무 오르면서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은 단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번 선도지구 선정에 실패한 단지의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E씨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50%, 그래도 사업성을 망치지는 않았다며 위로하는 반응이 나머지 50%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F씨는 "선정된 단지들도 실제 재건축을 추진할 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선도지구 지정 단지들의 재건축사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여러 장애물이 많은 만큼, 섣부른 급매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고 올라가는 호가에 따라 서둘러 계약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실망 매물로 나온 저렴한 단지들을 급매로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미 분당 일대 단지 매물들은 선도지구 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기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59㎡는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양지마을1단지금호 전용 84㎡는 지난 8월 역대 최고가인 1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