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평균 16% 떨어져
금리인하 겹쳐 부담 커져
지급여력 끌어올리기 비상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보다 엄격한 보험부채 관리 기준을 적용하면서 국내 보험사의 자기자본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보험사 9곳은 지난해 총 92조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했다. 이는 2023년 110조2000억여 원에서 16% 이상 떨어진 수치다. 9개사의 총 자기자본이 줄었을 뿐 아니라 개별 회사의 자기자본도 전부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당기순이익 2조2602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하고, 삼성화재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상당수 보험사가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자본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가 시행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보험부채는 보험계약에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내주기 위해 쌓는 지급준비금을 의미하며 보험사는 미래 보험부채에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평가한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할수록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보험사의 자기자본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사가 실적 부풀리기로 시장 건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할인율을 더 낮추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금리도 하락세로 전환함에 따라 보험사가 미래 보험부채를 더 높은 금액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자본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자본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삼성·한화·KB라이프·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자기자본은 68조원에서 53조원으로 떨어지며 21%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삼성·DB·KB·현대·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가 42조원에서 38조5000억여 원으로 8.5%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생명보험사는 일반적으로 손해보험사보다 장기 계약이 많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떨어질수록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영향도 크게 받는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