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직원 복지로 1인당 수천만원씩 자체 부동산 대출을 내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으로 시중 자금이 몰려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된다고 토로하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모순적인 복지 혜택을 누렸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근속 1년 이상의 무주택 직원이 신청하면 5000만원 한도로 주택자금대출을 제공해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직원 112명에게 총 45억8000만원의 주택자금대출을 지원했는데, 이는 1인당 약 3800만원꼴, 대출 금리는 연 3.4% 수준이었다.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시 최장 20년 원리금 분할 상환을, 전월세 자금 대출 시 계약 기간 만료 후 상환을 조건으로 했다. 이런 대출은 다른 유관 기관에서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복지 혜택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직원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지난 2020년 폐지하고, 지방 근무자 숙소 지원과 생활안정자금 대출만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생활안정자금 대출 잔액은 작년 말 기준 0원이었다.
직원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양호한 시중은행에도 한은과 같은 제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령상 은행원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재직 중인 은행 대신 다른 은행에 가야 하는데, 이 경우 일반 손님들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한은 자체 주택자금대출 금리도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 4.2%였다. 한은 자체 대출보다 0.8%포인트 높은 셈이다.
더욱이 한은 내부에서 받은 대출은 신용평가회사와 공유되지 않는다. 시중은행이 산출하는 신용평가액 통계 등에 포함되지 않아 더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다.
가령 시중은행에서 대출 가능 금액이 1억원이라면 한은 직원들은 사내 복지로 최대 1억5000만원을 빌릴 수 있게 된다. 한은 자체 대출이 은행 전산에 잡힌다면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가계대출 변수 때문에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한은의 사내 복지 대출이 이러한 한은의 기조와 큰 틀에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는 반응이다.
다만 한은 측은 해당 대출은 직원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로, 무주택 실거주 조건을 요구한다는 해명이다. 더불어 은행연합회 공시 은행 주담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