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취업·도박…대선판 '자녀 이슈', 대세는 못 꺾는다? [정치 인사이드]

2 days ago 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쏘아 올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장남의 '혐오' 발언이 21대 대선 막판 최대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지난 27일 마지막 대선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장남 동호씨가 온라인상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력적 댓글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전방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자, 동호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동호씨는 상습 도박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 문언 전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선고받았고,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이준석 후보가 언급해 논란이 된 '젓가락' 발언을 포함해 4건의 성적 댓글이 기재돼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노골적이고 혐오적인 내용을 대선 토론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대선이 끝난 뒤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당장 정치권의 시선은 며칠 남지 않은 대선에 이재명 후보의 장남 논란이 어떤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점에 가 있습니다.

2003년 이회창 대선 후보 자녀의 병역 비리를 허위로 폭로했던 김대업씨 / 사진=연합뉴스

2003년 이회창 대선 후보 자녀의 병역 비리를 허위로 폭로했던 김대업씨 / 사진=연합뉴스

대선 후보의 자녀 이슈는 한국 대선판에서 매번 반복되어 왔습니다. 가장 파괴적이었던 것은 '병풍 사건'이라 불리는 1997년(15대)·2002년(16대) 대선 당신 이회창 후보의 '병역 비리' 관련 의혹이었습니다.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와 차남 수연씨가 처음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나중에 정밀 신체검사에서 군 입대 면제 판정을 받는 데 군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었죠.

이 후보는 특히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16대 대선에서 아들 병역 비리 의혹에 엄청난 타격을 받아 결국 패했습니다. 16대 대선 당시엔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가짜로 드러났고 결국 김대업은 대법원에서 무고와 명예훼손, 공무원 자격 사칭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김대업'은 '무고'와 '가짜뉴스'의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족 및 자녀 이슈는 대세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습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제기됐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이나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받은 장모의 농지법 위반 혐의는 부정적 영향을 주긴 했으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습니다. 20대 대선에서 알려진 이재명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논란도 약간의 이미지 타격을 줬을 뿐, 결정적인 대선 패인으로 꼽히지는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 장남 동호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

이재명 후보 장남 동호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

그렇다면 이번 이재명 후보의 장남 논란을 정치권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번에 밝혀진 이재명 후보 장남의 공소장에는 동호씨가 707회에 걸쳐 총 2억3229만원가량의 돈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고, 네 차례에 걸쳐 음란 댓글을 쓴 사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안을 바라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시선은 역시 엇갈립니다. 국민의힘은 장남 관련 의혹이 재점화하자 이번 논란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범죄 사실'이라며 총공세를 가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아들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며 불법 도박과 관련해 "3년 전 아들 잘못을 사죄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범죄 사실이 확정됐기 때문에 3년 전 사과로 갈음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유세에서 "부모에게 손 벌리는 것도 조심스러운 청년들, 월세와 등록금 (압박)에 처한 청년들에게 이보다 더한 모욕이 어디 있겠나"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배우자, 아들을 향한 모든 비판을 방탄으로 틀어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의혹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사과한 일이며 이준석 후보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비껴가기식 대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지난 29일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지난 과거의 일"이라며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불거진 일로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국민들 앞에 사과했다"고 했습니다.

또 오히려 "이준석 후보가 주장하는 바는 일부 사실과 허위 사실이 교묘히 섞였다"며 "이준석 후보는 남성과 여성도 구별을 못 하는 사람이냐"고 반박했습니다. 공소장에 적시된 장남의 댓글 내용이 남성을 지칭한 것인데, 이준석 후보는 여성 혐오에 관해 물었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조 수석대변인은 30일에도 '이재명 후보 아들이 쓴 댓글인지 확인이 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부분은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 벌써 두 번의 고발을 했다. 그걸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날 민주당 선대위는 나아가 해당 표현을 "이준석 후보의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하고 "허위 사실을 그대로 적시해 보도하고 수정하지 않아 이재명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서 고발한다"는 강경 대응 입장도 내놨습니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 가족 이슈를 고리로 한 창과 방패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판 전체를 흔들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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