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베이브 루스처럼, 미키 맨틀처럼, 레지 잭슨처럼 이 친구 정말 프랜차이즈급 스타 아닐까요? 큰 도시를 두려워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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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두 번째 홈런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멀티홈런을 터뜨리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현지 중계진의 멘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이정후 열풍’이 뜨겁다. 불과 1년 전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놀라움과 기대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정후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뉴욕 양키스와 원정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에 4타점을 기록, 샌프란시스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이정후는 이날 상대 선발인 좌완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로 4회초와 6회초 솔로홈런과 스리런 홈런을 잇따라 터뜨렸다.
이정후는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로돈의 6구째 138㎞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66.2㎞, 비거리 123.7m의 완벽한 홈런이었다.
이어 1-3으로 추격한 6회초에는 역전 홈런을 쏘아올렸다. 1사 1, 2루 기회에서 로돈의 5구째 131.5㎞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렸다. 역전 스리런 홈런이었다.
이정후의 연타석 홈런 및 멀티홈런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래 처음이다. 아울러 지난 12일 양키스를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때린 데 이어 이틀 만에 홈런 2개를 추가하면서 시즌 홈런 개수를 3개로 늘렸다.
로돈은 지난 시즌 16승을 거둔 정상급 좌완투수다. 특히 왼손 타자에게 강하다. 로돈을 상대로 왼손 타자가 한 경기 홈런 2개를 때린 것은 이정후가 최초다.
8회초에도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낸 이정후는 이날 3타수 2안타 4타점 1볼넷의 최고 활약을 펼쳤다. 시즌 타율은 0.352(54타수 19안타)로 상승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1.130까지 상승했다. OPS는 내셔널리그 전체 1위, 타율은 키버트 루이스(워싱턴 내셔널스·0.373)에 이어 2위다.
아울러 이날 4타점을 추가하면서 시즌 타점도 11개로 늘어났다. 도루는 3개를 기록 중이다. 이날 2루타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2루타도 8개로 리그 공동 1위다..
이정후의 활약에 현지언론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MLB닷컴은 “이정후가 빅리그 적응 능력에 관한 의문을 빠르게 해소했고 올 시즌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NBC스포츠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직 평가하기에 이른 면이 있지만, 이정후는 만능선수 같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신문인 ‘이스트베이 타임스’는 “이정후가 브롱크스 동물원을 브롱크스 도서관으로 만들었다”고 홈런 장면을 표현했다. 양키스타디움은 브롱크스에 위치한 동물원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브롱크스 동물원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뽑혀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에 나선 이정후는 “멀티홈런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원정 경기에서 팀이 이기고, 위닝 시리즈를 챙긴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뷰 진행자가 ‘뉴욕을 빅 애플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사과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정후는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이정후는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선 “지난해 재활 기간부터 비시즌까지 팀으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제 내가 팀에 보답할 일만 남았다”고 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