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들 “26일 회의”… 사법신뢰 훼손-독립침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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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파기환송’ 대법 판결 후폭풍
법관대표 20% 이상 회의 소집 요청… 법원의 정치 중립 문제 논의하기로
정치권 압박에 “독립성 침해” 주장도… 과반 동의 땐 의견 표명-입장문
공수처, 조희대 사건 수사4부 배당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9일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다.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여기에선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선고, 민주당의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9일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다.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여기에선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선고, 민주당의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전국 법관 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이례적으로 빨랐던 대법원 심리,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탄핵 거론 등 사법부 독립 침해 문제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 26일 사법연수원서 ‘이재명 대법 판결’ 등 논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9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임시회의 소집 여부 투표 결과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회의는 26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제13강의실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병행 형식으로 열린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임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국 65개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 126명이 참여하는 법관대표회의는 내규에 따라 5분의 1(26명) 이상이 동의해야 열린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사법 신뢰나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관련하여 추후 제출되는 안건’을 공식 안건으로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대법원 판결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판결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안건에 대해 과반이 동의할 경우 법관대표회의 명의의 의견 표명이나 입장문 채택이 가능하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회의 개최 시점이 대선에 임박한 약 2주 뒤인 점에 대해 “내규에 정해진 소집공고 기간 및 안건 상정을 위해 필요한 준비 기한이 반영된 최단 시일”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신중하고 깊이 있는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시회의 논의는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뒤 시작됐다. 일부 현직 판사들은 법원 내부망에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법원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기에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소추를 시사하는 등 사법부를 압박하자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까지 확산됐다.

● 민주당은 ‘대법원장 사퇴-특검’ 거론 압박

이번 회의는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나흘 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36일 만인 이달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의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는 판결을 선고한 여파로 소집 요구가 나왔다. 대법원 판결에 반발한 민주당은 앞서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2명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고 “조 대법원장은 이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라”고 했다. ‘조희대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자는 요구도 나왔지만 이후 법관들이 회의 소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잠정 보류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사법부 내부에서 파기환송 사태와 관련해 법관대표회의 개최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자정 작용을 기다려 보자는 취지”라면서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세지자 사법부 내에서는 사법부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판결을 갖고 신상의 용퇴라든지 이런 요구가 이뤄지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심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입법부도 삼권분립에서 예외는 없다”며 “재판에서 내린 판결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공수처, 조 대법원장 사건 수사4부 배당

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일선 판사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기구였다. 2018년 4월 상설화된 이후엔 각급 법원 판사들이 사법행정을 논의해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조직이 됐다. 법관대표회의는 자문기구 성격으로 여기서 내는 성명이나 결의안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이 이례적으로 모여 입장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장도 쉽게 무시하긴 어렵다.

한편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후보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는 이유로 조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했다. 경찰은 이날 “조희대는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진입을 시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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