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세 곳 중 한 곳 외부업체 운영
“강사 자주 바뀌고 수업 질 떨어져” 학부모 불만
서울 A초등학교는 올해 방과후학교를 다시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외부 업체에 운영을 맡긴 뒤 “강사가 자주 바뀌고 수업 내용이 부실하다”는 학부모 항의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내부 논의 끝에 직영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교원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위해 방과후학교 운영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초등학교가 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강사 교체가 잦고 수업 질은 떨어지는데, 정작 학교는 ‘위탁업체 소관’이라며 손을 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 학교는 정규 수업 이후 이뤄지는 선택형 교육 활동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6년 전면 도입됐다. 영어·논술·과학같은 교과목뿐 아니라 미술·음악·체육 등 예체능 활동도 포함된다. 2023년부터는 초등 돌봄교실을 통합해 ‘늘봄학교’ 체제로 개편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32.1%가 전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세 곳 중 한 곳이 방과후학교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기준 서울 초등학교 605곳 중 75%(456곳)기 방과후학교를 외부 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프로그램 전체를 위탁하는 학교는 296곳, 일부과목만 맡긴 학교는 160곳이다. 전면 위탁 비율은 2022년 267곳(44%)에서 2023년 282곳(47%), 2024년 296곳(49%)으로 매년 늘고 있다.
문제는 입찰 구조다.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이 우선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낮은 단가에 계약을 따낸 업체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 강사 수수료를 과도하게 떼어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수 강사는 떠나고, 잦은 가사 교체와 수업의 질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경기도 B초등학교 학부모는 “외부업체가 방과후수업을 맡고 나서 강사가 자주 바뀌고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며 “지각이 반복돼도 업체가 관리한다고만 할 뿐 학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마련한 ‘2025 늘봄학교 운영 길라잡이’에는 강사료 중 인건비가 78~80%를 차지해야 한다고 예시돼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다. 업체가 과도한 수수료를 떼가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구조다. 방과후 위탁 운영은 단위 학교가 해마다 자체 평가를 통해 업체를 재선정하는 방식이다. 평가위원회에 학부모가 일부 포함되긴 하지만, 업체의 수익 구조나 강사 처우를 실질적으로 들여다보긴 어렵다.
교육계에서는 민간 위탁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수익 구조의 투명성과 강사 처우 개선, 학교의 책임 있는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부 시·도교육청은 제도 개선에 나섰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초 10개 학교를 특정 감사해 위탁 운영의 입찰·계약·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늘봄학교(방과후학교) 전담팀 구성, 계약 기준 정비, 온라인시스템 기능 개선, 업무 담당자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교육청도 강사 선정·계약시 평가위원 중 외부 위원을 50% 이상 포함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운영은 학교 자율이 원칙”이라며 “강사 인건비가 입찰 기준 금액의 80%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불공정 계약이 확인되면 계약 해지도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지침을 안내하고 관련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